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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청산 놓고 산으로 간 전금법…밥그릇 싸움만

  • 2021.06.29(화) 11:06

[선 넘는 금융]<뜨거운 전금법③>
핵심은 내부거래 외부청산 필요성
금융위-한은 기싸움 되레 더 부각

전자금융거래법을 둘러싼 쟁점 중 유독 부각된 것은 외부청산 논의다. 외부청산기관 설립과 통제권을 두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일명 '빅브라더법'으로 묘사되며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대립이 컸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이용자들의 편익과 안정성으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내부거래의 외부청산 구조 필요성과 함께 일부 우려가 여전히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부청산' 필요하다 vs 과하다

전금법은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의 제도화를 담고 있다.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이란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 등 청산대상업자가 일정한 전자지급거래를 하면서 발생하는 다수의 채권 및 채무의 차감을 통해 결제금액을 확정하며 결제기관에 그 결제를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보려면 먼저 '청산'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청산은 거래 계약 체결 후 실제 결제가 이뤄지는 중간 단계로 거래를 차감하고 결제의 최종 금액을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물건을 사고 현금을 그 자리에서 지급하는 경우 거래와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면서 청산 개념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거래와 동신에 결제가 곧바로 완료되지 않거나 다수의 당사자 사이에 결제가 필요한 거래가 대부분이어서 중간에 청산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A 은행 거래자와 B 은행 거래자 사이에 송금 거래를 하려면 A 은행과 B 은행 사이에 직접 돈이 오고가는 것이 아니라 금융결제원과 같은 지급결제기관을 통해 외부 청산을 거쳐야 한다. 물론 A 은행 고객들끼리 오고 가는 송금은 외부청산이 필요 없다.  

A 은행이 B, C, D 은행과 각각 청산할 경우 38건의 거래가 필요하지만 청산기관을 통하면 10건으로 줄어든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청산기관을 거치면 여러 기관에서 발생하는 청산 횟수를 최소화하고, 한 기관에 청산이 집중되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그만큼 청산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금법은 전자금융업체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청산 절차와 관련 기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앞서 동일한 은행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결제는 외부청산이 필요 없는 것과 달리 전금업체들의 경우 모든 내부지급 거래까지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표면적으로 네이버 안에서만 일어나지만, 은행과 달리 두 거래 주체가 모두 외부에 있어 내부거래의 투명화를 통해 이용자 예탁금의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점금사들은 외부청산을 의무화할 경우 관련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스템 개발 등의 부담이 커지는 데다 망 분리 문제부터 해결해 줘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망 분리는 전산실과 서버가 직접 연결된 단말기에 대해 2대 이상의 컴퓨터를 두는 것으로 금융사들에 대해서는 물리적 망 분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이 전금법 라이선스를 받게 되면 은행 수준의 망 분리를 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비용 부담과 업무 저하가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거래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전금사들의 내부지급거래 외부청산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최근 독일에서는 시가총액 1위 핀테크 기업인 와이어카드가 수조원대 분식회계로 파산한 바 있다. 다행히 고객예탁금을 은행 등에 분리 예치하면서 고객 손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외부청산기관이라는 안전장치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중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외부청산기관이 이미 만들어졌다. 기존에는 알리페이 등의 사용자들 간 거래 및 결제는 곧바로 은행들과 이뤄졌지만 인민은행이 왕롄(Nets-Union)이란 기관을 만들어 청산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빅브라더 논쟁보다 이용자 편익 먼저

이와 별개로 외부청산 기관을 누가 담당하고 감독할 것이냐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날을 세우면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금융결제원이 운용하는 은행 간 소액 지급결제 금융공동망은 한국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에 기반한다. 반면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을 전금사들의 외부청산 기관으로 활용하되 한은이 아닌 금융위가 통제하거나 아예 제3의 외부청산 기관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은은 한은 고유의 기능인 결제청산 기능을 침해하고, 외부청산기관으로 과도하게 개인정보가 이동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와 한은의 각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날을 세울 정도로 민감한 사안으로 번지기도 했다. 

반면 청산기관의 정보 오남용 방지에 대한 특칙이 있는 데다 이미 금융결제원으로도 비슷한 정보가 넘어가고 있는 만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맞선다. 

정성구 김앤장 변호사는 전금법 토론회에서 "실제 이동하는 정보는 개인별 세부 구매내역이 아닌 결제금액의 흐름 정도에 그치고 있어 사생활 침해 논리는 다소 비약이 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 측면보다는 청산기구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금법 문제는 감독기관의 싸움이 아닌 어떤 제도가 이용자 수행이나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며 "외부청산 이슈 역시 이용자 편익 중심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도 "빅테크를 이용하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다"며 "다만 안전장치를 어떻게 구비할지, 한은의 기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해 한은과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며,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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