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이슈로 뜨겁다. 전금법 개정안은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 기존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핀테크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입법 발의 후 7개월째 표류 중이다. 국회에서 논의가 거듭되고 있지만 획기적 진전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디지털 금융의 기본법으로 불리며 뜨거운 화두가 된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전금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명확한 법률관계를 통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전자금융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에 지난 2006년 만들어졌다. 시작은 꽤 빠른 셈이지만 그 이후 금융보안 관련 규정만 일부 개정하는데 그치며 시대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실제로 전금법이 시행된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는 등 디지털 금융은 기존 인터넷과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획기적인 변화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최근까지 핀테크와 빅테크의 폭풍 성장이 이어졌지만 전금법은 계속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디지털 금융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서도 핀테크 업체들의 디지털 금융업 진출이 막히면서 이들의 도약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미국 핀테크 기업 스퀘어는 스퀘어캐피탈을 통해 비즈니스 소액대출업을 영위하는 등 급성장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제도적 여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다 지난해 정부는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내놓으면서 전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자금이체나 선불업 등 결제서비스의 제도권 수용을 돕고 새로운 융·복합서비스와 소규모 혁신사업자의 진입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전금법이 '디지털 금융 기본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금법 개정안에서는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7개 체계를 4개로 통합했다. 그러면서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츠)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신설했다.
지급지시전달업자는 결제와 송금 지시를 받아 금융회사 등이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하는 업종이다. 이들은 고객 계좌를 보유하지 않고 고객 동의 하에 결제에 필요한 금융계좌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유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디지털 금융이다. 따라서 자본금이 크지 않은 '스몰 라이선스'로도 영위가 가능하다. 향후 마이데이터와의 연계 가능성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간편결제와 송금 외에 계좌 기반의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인 종합지급결제사업자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 업체가 해당한다. 이들은 금융 결제망에 참가해 결제기능을 수행하는 계좌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업무가 가능하다. 여수신업무는 못하지만 계좌를 통해 급여이체나 카드대금 납입, 보험류 납부 등 일상적인 은행 업무가 가능한 셈이다.
새로운 전금법은 서비스나 상품 자체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과 기능에 초점을 맞춰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확대를 넘어서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반영한다. 가장 하위의 지급지시전달업을 시작으로 결제대행업, 대금결제업, 자금이체업으로 확장 후 궁극적으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성장이 가능한 구조다.
금융당국은 업계에겐 일종의 '기회의 사다리'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포용적 금융' 확대 측면에 전금법 개정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의 정보나 인프라에 밀릴 수밖에 없는 핀테크들에 혁신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계별 리스크에 따라 규제의 무게가 달라지며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종합지급결제업은 200억원의 최저자본금이 필요하지만 지급지시전달업은 3억원, 결제대행업은 5억원만 있으면 된다. 기존에는 자금이체업의 경우 30억원, 선불업은 20억원이 필요했다.
진입 규제 완화와 함께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대금결제업자에 대한 소액 후불결제 기능도 부여된다. 선불전자지급 수단의 충전 한도도 현행(200만원)보다 크게 높은 500만원까지 확대된다.
최근 무섭게 확장하고 있는 빅테크에 대한 관리는 물론 사이버 안보 강화 내용도 전금법에 담겨 있다. 전금법이 발효되면 전자금융업자의 선불충전금에 대해 고유자산과 별개로 외부 예치가 의무화돼 종합지급결제사업자와 자금이체업자는 100%, 대금결제업자는 50%를 외부 기관에 맡겨야 한다. 혹시 모를 도산에 대비해 이용자 자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도 도입된다.
빅테크에 대해서는 디지털 금융산업 진출시 외부청산의 의무화, 합병·영업양수도에 대한 인가, 이용자 자금 보호, 역외적용 등을 통한 금융안정, 소비자보호 등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다. 최근 공인인증 제도가 폐지되고 다양한 인증 수단이 개발됨에 따라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인증수단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