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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에 '위기감' 느낀 금융수장…"변해야 산다"

  • 2022.01.04(화) 09:53

카카오뱅크 등 경쟁자 등장에 변화 주문
디지털 중심, ESG 경영 강조

금융지주 수장들 머릿속에는 당장 돈벌이는 없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눈앞에 있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변화'를 외쳤다.

안정을 추구하며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해왔던 금융사들이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금융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로 새 경쟁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금융 수장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금융사들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통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해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영 트렌드인 ESG 경영에 주력하면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나아간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떠나는 김정태, 카카오뱅크‧페이 언급한 이유

지난해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지주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장기화와 자산시장 과열로 대출금액이 크게 늘었고 이는 은행들의 안정적인 이자수익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그럼에도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해 경영계획을 담은 신년사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어서다. 특히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을 직접 언급하며 기존 금융사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며 "하나금융의 경우 은행과 증권, 카드와 캐피탈 등 금융 모든 영역을 갖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은 두 회사의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금융주 1위 지각변동…카카오뱅크, 끝까지 새 역사 쓸까(21년 8월6일)

이는 하나금융 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들도 다르지 않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KB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예금에서 투자로의 자금 이동과 데이터 경제 시대의 개막,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장 트렌드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시장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스타트업 투자자인 피터 틸의 '구글을 따라해 봐야 구글 같은 기업은 다시 나올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직원들에게 대전환 수준의 혁신을 주문했다.

손태승 회장은 "금융업 장벽이 허물어져 버린 지금 시대에 기존 틀 안에 갇힌 작은 변화 정도로는 시장에서 더 이상 생존력을 갖지 못한다"라며 "고객 니즈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 시장 상황에 역동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창발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 키워드는 '디지털'…ESG도 강조

금융사들은 디지털을 중심으로 발 빠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IT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금융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고 메타버스와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새로운 IT 기술들이 금융권에서 접목될 가능성이 크다.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디지털을 강조한 이유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가운데 고객은 이제 금융사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며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고 빠르고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한 김정태 회장도 "단순 구호 나열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룹 디지털 핵심기반부터 재설계해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주요 기술 내재화와 우수한 인재 육성과 확보,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인프라를 신속하게 확충해야 그룹의 플랫폼 사업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경영도 금융사들이 공들이고 있는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사업 등 ESG 경영이 화두로 자리를 잡은 만큼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ESG 경영이 필수인 까닭이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구축한 ESG 경영체제를 토대로 올해는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하고 경영전반에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탄소배출저감 부문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연계된 전 사업부문 시스템을 정비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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