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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품은 금융]④은행, 비트코인 다시 보는 날 올까

  • 2022.01.17(월) 06:10

날로 커지는 가상화폐 시장…코스피 거래보다 활발
이익실현 가능에도…자금세탁 우려에 은행들 '절레절레'
투명성 더해가는 가상화폐 시장…"가능성은 열려있다"

NFT(대체 불가능 코인),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등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과 투자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갖는 특성에 기인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암호화 기술을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보안성과 안전성은 담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발행자에 대한 신뢰, 유통과정에서의 자금세탁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커서다. 

군침도는 가상화폐 거래시장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3일 오후 3시 기준 가장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1코인당 5300만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일일 거래량만 61조6710억원 수준이다. 또다른 대표적인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경우 1코인당 330만원에 거래된다. 일일 거래량은 20조3539억원 이다.

'대장주' 두 코인만 합해 하루에 80조 넘게 거래되는 셈이다. 최근 코스피 시장의 일일 거래량이 8조원 수준이라는 점에 비교하면 코스피 시장보다 10배 더 많은 규모의 거래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NFT의 거래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기존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를 따라잡기에는 이른 모습이다. 글로벌 NFT 거래량은 지난 3분기에 12조7160억원 가량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분기동안의 거래량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두 코인의 일일 거래량의 15%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거래량이 많은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순익 규모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심지어 주요 금융지주의 연간 순익 4조원을 넘어서는 순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은 지난해 5조원에 달하는 순익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 명목으로 0.05%가량을 거두는데, 거래량이 워낙 방대 하다보니 천문학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심리가 높아지면서 거래소들의 연간 거래액이 1000조원에서 3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주요 거래소 연간 거래액을 다 합치면 1경원이 넘는 셈"이라며 "이는 코스피 연간 거래대금, 코스닥 연간 거래대금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내심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와 손을 잡고 싶은 이유다. 지난해 9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원화와 가상화폐의 거래를 중개하고자 하는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입장에서도 은행과 손을 잡아야만 사업을 영위함은 물론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은행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면 입출금 수수료 등을 거둬 수익실현이 가능하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85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은행권에서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준 영향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비이자이익 부분에서 수익이 날 부분이 많지 않다"며 "결국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를 통해 대부분의 비이자이익을 거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은행들…왜? 

다른 은행들 역시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등 발급 등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좀처럼 나서고 있지 않다. 그나마 시장 장악력이 높고 건전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업비트(케이뱅크), 코인원, 빗썸(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에 일부 은행만이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전 암호화폐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할 때에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에 거래를 위한 계좌를 발급해줬다.

다만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자 은행들 역시 빠르게 손을 떼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물론 법무부까지 나서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사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케이뱅크, 신한은행, 농협은행 단 세 곳만 남은 셈이다. 

이중 케이뱅크를 제외하고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마지못해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중론이다. 가상화폐 투자자 역시 은행의 고객인데, 실명발급을 중지하면 가상화폐에 투자하고자 하는 고객의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실명계좌 발급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우 성장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업비트와 손을 잡은 측면이 많지만 신한은행은 코빗과의 계좌발급 계약연장을 끝까지 고심했었고 농협은행 역시 내부 검토 끝에 계좌 발급을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일단 거래하고 있는 거래소의 규모가 크고 나름대로 투명한 거래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한 점도 주효했지만 거래소와 거래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져 나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점도 반영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자금세탁 우려 때문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가상화폐 특성상 수취인과 송신인을 특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금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에 사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만약 이러한 용도로 가상화폐가 거래될 경우에는 계좌를 발급한 은행 역시 책임을 묻게 돼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만약 실명 계좌를 내어준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등에 사용됐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은행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막심하다"며 "천문학적인 벌금은 물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를 미이행한 금융기관으로 낙인이 찍혀 전세계에서 계좌가 동결 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 몇백억원 수준의 비이자이익보다는 이러한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투명성 더해가는 가상화폐 시장…미래는? 

가상화폐가 자금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 용도에 사용될 가능성은 가상자산 거래소들 역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올해 3월 부터는 가상화폐 거래소 역시 송금하는 사람과 수취인의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지난해 시행된 특금법에 담겼다. 아울러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 역시 '트래블룰 솔루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가 좀 더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들어오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미국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사들이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출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연일 신청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20개의 가상화폐 관련 금융투자 상품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선물위원회는 이를 아직까지 승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도권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 정권 내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연임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해 "스테이블 코인(달러화 등 주요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코인)들이 규제당국의 엄격한 감독 아래 있다고 가정하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자산(CBDC)와 공존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간 기존의 암호화폐는 물론 암호화폐의 문제점을 일부 해결했다고 평가받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던 미국의 태도가 다소 온건하게 바뀐 셈이다. 

자금세탁과 관련해 가장 큰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 등 일부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경우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 금융회사의 시선 역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은행들 역시 블록체인 연구를 위해 기초가 되는 암호화폐 등에 대해 관심은 꾸준히 가지고 있다. 당장 일부 은행은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위탁관리)분야에는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뀔 경우 은행들 역시 기존의 관심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가와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업체인 KODA를 설립했다. 신한은행 역시 디지털자산 위탁관리 시장진출을 위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NH농협은행도 디지털자산 위탁관리 합작법인인 카르도를 설립하고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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