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긴급 점검회의를 가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은 SVB 폐쇄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13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간부들과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SVB와 시그니처 은행 등의 폐쇄 조치와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과 한국은행 역시 각각 이복현 금감원장, 이승헌 한은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가졌다.
지난 8일 미국 대형은행이자 스타트업 자금 지원 역할을 해오던 SVB는 유동성과 수익성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증자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대량 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Bank run)이 발생했고 증자가 무산됐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유동성 불안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다. 이 여파로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 역시 폐쇄됐다. 미국 재무부는 SVB 등의 예금 전액 보호조치를 발표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감원 역시 국내 금융사들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권역별로는 은행의 경우 예대업무 위주로 유가증권 비중이 낮고 유동성 상황도 양호하다. 국내 은행의 외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10일 기준 143.7%로 SVB 사태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져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험회사도 국공채 보유 규모가 크지만 자산부채 만기구조 매칭관리와 IFRS 17 시행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고, 증권사 역시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제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사별로 마련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부동산PF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고 위기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나갈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국내 가상자산이나 핀테크 업계 등이 이번 SVB 사태로 인해 자금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개선 필요사항을 적극 발굴·추진하고 업권과 소통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발표 예정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 CPI 발표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