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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간 은행]下 '희비' 가른 키워드는?

  • 2023.05.02(화) 06:10

신한은행, 장기간 '현지화' 작업, 성과 도출
KB국민은행, 단기성과 중심 M&A 한계 노출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희비가 갈린 것은 각 은행별 전략이 판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찌감치 터를 잡아 현지화에 공을 들인 곳은 성공한 반면 더이상 늦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부랴부랴 시장 진출을 타진한 곳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픽=비즈워치

은행, 해외진출 어떻게 이뤄질까

은행의 해외 진출 방식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사무소 설립, 지점 설립, 법인 설립으로 이어지는 진출과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 등 크게 두가지다. 

사무소로 시작해 지점과 법인 설립으로 이뤄지는 현지진출 방식은 국내 은행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현지에 그대로 도입하면서도 동시에 현지화를 통한 현지의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해외 현지 은행의 인수는 단기간에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현지 시스템에 국내 은행의 장점을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은행을 키워나가야 되기 때문에 국내 금융의 장점을 온전히 적용시키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2022년 베트남 신한은행은 현지에 영업점 3곳을 추가 개설하는 등 현지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2022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진행된 판반찌 지점 개점식. /사진=신한은행 제공.

핵심 성공방정식…'현지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핵심 성공 방정식은 바로 '현지화'가 꼽힌다. 단기간 영업망 확대보다는 오랜 기간동안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신한 베트남은행의 사례다. 신한은행은 지난 1993년 베트남에 터를 잡았다. 신한은행은 오랜 기간 동안 베트남내 영업점 확대, 베트남 현지 직원 고용, 베트남 현지인 대상 영업망 확대 등 '현지화' 작업에 공을 들였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교민 등을 상대로 하는 영업에 공을 들이는 것과 달리 현지인들의 마음 사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즉 오랜 기간 동안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주력한 것이 이제서야 빛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다른 은행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 '현지화'를 얼마나 잘 이룩했는지가 관건이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지화가 얼마나 중요한 전략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힌 이후 국내 교민, 기업인들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쳐서는 해외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라고 평가했다. 

2020년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지분 추가 인수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단기성과 중심 M&A 그늘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해외 금융사의 M&A는 실패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도 명확해졌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은행들은 지난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 엔데믹을 이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은행들 역시 순익이 상승곡선을 탄 것이다. 

인도네시아내 상업은행인 BCA, 국영은행인 Mandiri, BNI 등 모두 순익을 40% 가량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국내 은행들의 현지 법인도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KB국민은행이 지난 2019년 지분인수에 나선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80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2725억원 대비 손실규모가 5200억원이나 확대됐다. 

KB국민은행은 2025년쯤 부코핀은행이 정상화되고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그동안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않다. 당장 지난해 KB국민은행의 모기업인 KB금융지주는 7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쌓았는데, 여기에는 해외 자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충당금 5600억원 가량도 포함됐다. 이중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정상화에 투입됐다. 

KB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을 인수할 당시에도 부코핀은행이 '부실은행'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지분 인수 후 에도 부실자산 정리가 최우선 과제였을 정도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국민은행, 카자흐스탄 아픈 기억 떨쳐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이 당시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데에는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데에 따른 '단기성과 중심'의 전략이 녹아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이미 2003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후 2008년에는 카자흐스탄에 진출 하는 등 글로벌 영토확장에 속도를 내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큰 손실만 내고 철수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 만에 다시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타진했던 2019년 당시에도 부실채권이 많은 부코핀 은행 지분인수가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글로벌 전략부서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들이 해외 진출 전략으로 현지 회사 M&A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지에 매물로 나온 회사들의 재무상태 등이 건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은행들이 해외 당국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해외 현지법인 설립을 글로벌 전략의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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