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은행' 지분을 인수해 10년만에 인도네시아 시장에 다시 진출합니다.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으로 전국적으로 322개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로 개인고객 위주의 소매금융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6일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최대 22%까지 취득할 예정입니다.
KB국민은행은 2003년 인도네시아 BII은행(현 메이뱅크 인도네시아)를 8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첫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보유 지분을 3600억원에 매각하고 인도네시아 사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5년만에 2800억원 가량의 차익을 거뒀으니 성공한 투자였던 셈입니다.
은행업계는 KB국민은행의 이번 인도네시아 진출에 대해 두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진출의 아픈 경험을 극복하고 다시 인도네시아에서 큰 성과를 낼 것인지' 하는 겁니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인도네시아에서 큰 성과를 낸 여세를 몰아 같은해 카자흐스탄 5위 은행이었던 '센터크레디트은행' 지분 41.9%를 9541억원에 사들였습니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유럽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로 읽혔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카자흐스탄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센터크레디트은행은 당시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로 덩치를 키워왔습니다. 금융위기에 취약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센터크레디트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KB국민은행은 2016년 센터크레디트 은행의 장부가액을 1000원으로 기재, 손실 처리 합니다. 1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날린 셈입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테스나뱅크 컨소시엄에 센터크레디트은행 지분을 1000억원에 매각하면서 일부 투자금을 회수한 뒤 10년에 가까운 카자흐스탄 진출 역사를 마무리 했습니다.
이후 KB국민은행은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카자흐스탄 투자 실패로 당시 센터크레디트은행 인수를 추진한 강정원 전 행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국내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신한은행과 1위를 다투고 있지만 해외진출 실적은 부진합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은행은 동남아지역에 11개 점포(지점, 현지법인, 사무소)를 갖고 있습니다. KEB하나는 8개 점포, 신한은행은 7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KB국민은행은 5곳입니다.
KB국민은행의 동남아를 포함한 해외 점포는 총 13개입니다. 신한은행 29개, KEB하나은행 35개, 우리은행 31개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해외점포는 2013년 이후 1개(미얀마 현지법인) 늘었습니다. 같은기간 신한은행은 9개, 우리은행은 7개가 늘었습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2개가 줄었는데 이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지점을 통폐합한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의 이번 인도네시아 진출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소극적인 행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외 영토확장에 나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월 동남아 지역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만난데 이어 3월에는 "동남아시장의 지위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사진)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하반기와 내년에는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최근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영토확장의 전초기지로 점찍으면서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등 해외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B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의 아픈 기억을 떨치고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