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일과 휴식의 조화'가 중요하다며 휴가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업무를 홍보하는 보도자료 작성도 절대적인 양보다 '균형감'과 '가성비'를 언급하며 중요사항 위주로만 배포하라는 공지도 전달됐다.
이 원장의 이 같은 지시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정작 내부 반응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이달 중순 임직원들에게 "가족과 건강을 챙기는 일과 휴식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임원과 부서장들이 적극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등 모범을 보여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5월중 부서별 부서장 휴가계획 취합을 지시했다.
최근에는 업무 효율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임원 회의에서 "보도자료 배포실적을 보면 보통 계획보다 많이 배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한 부분을 보도·배포하는 것도 좋지만 균형감 있게 비슷한 유형의 보도자료는 통합하는 등 가성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실제 이 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금감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총 670건 정도다. 2021년에 총 630건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0건이 더 많다. 그런데 일부 보도자료는 현업부서에서 공을 들여 작성했음에도 보도가 적었다. 이에 따라 보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중요사항 위주로 작성해 업무 부담을 덜라는 의미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다는 전언이다.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업무를 줄이고, 휴가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했음에도 그렇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직원들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단순한 '립서비스' 아니냐는 분위기와 함께 금감원장이 먼저 휴가를 사용하는 등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임직원들의 심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이 원장 취임 이후 부서장 교체 인사 태풍이 한바탕 불어닥친 뒤 수시인사가 틈틈이 진행되고 있다. 인사 대상자들 입장에선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전세사기 관련 대책 등 현안에, 이슈마다 구성되는 각종 태스크포스(TF)로 인해 자리를 비우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애초에 보도자료 배포가 많아진 것도 쉬지 않고 일하는 워커홀릭인 이 원장 스타일에 맞춘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계속된 인사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으니 성과를 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강한 만큼 '일하는 티'를 내기 위해선 보도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앞으로 '보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중요한 것만 내라니 앞으로 치열해질 물밑 눈치싸움에 부서장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아직 쌓인 일이 많아 업무 강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