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주목할 부분은 그 동안 국내 금융지주들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비이자이익을 괄목할 정도로 키웠다는 점이다. 금리 상승에 따라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이자이익은 주춤했지만 비이자이익이 전년보다 3배 가량 증가했고, 이는 역대 반기 최대 실적 달성 밑거름이 됐다.
하나금융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상반기 7774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와 함께 주당 600원의 분기 배당도 결정했다.
'주인공' 된 비이자이익
하나금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순이익이 9187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분기 역대 최고 기록을 썼던 전 분기보다는 16.7% 감소한 숫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9% 증가한 성적이다. 상반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2조209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6.7% 늘린 것으로 하나금융 창립 이후 반기 최대다.
당초 시장에선 하나금융 2분기 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달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됐던 까닭이다.
실제로 이자이익은 부진했다. 2분기 그룹 이자이익은 2조2320억원으로 작년 2분기(2조27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로는 0.4%포인트 개선됐지만 작년 4분기 1.96%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상반기 기준 이자이익은 4조40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와 달리 비이자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2분기 비이자이익은 5914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1조370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4621억원)의 2.96배로 증가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손익구조와 체질 개선을 통해 지주사 설립 후 비이자이익도 반기 최대"라며 "그룹 매매평가이익은 관계사의 유가증권과 외환파생 관련 트레이딩 실적이 증대됐고, 수수료이익도 자산관리 수수료와 여신·외환 관련 수수료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비용 절감 효과도 수익성에 힘을 보탰다. 상반기 그룹 영업이익경비율(CIR, 이익 대비 비용)은 전년 동기대비 7.4%포인트 개선된 37.1%를 기록했다. 이는 지주사 설립 후 최저다. 특히 비용 중 퇴직급여가 1년 전보다 43.8% 감소하면서 비용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은행 빼면 부진…손실흡수능력 강화
그룹 내에선 하나은행만 돋보였다. 하나은행은 2분기 8683억원의 순이익을 포함해 상반기 1조839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작년보다 33.9% 증가한 규모다. 은행 역시 이자이익은 줄었지만 신탁과 퇴직연금, 방카슈랑스를 포함한 자산관리 수수료와 외환매매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비은행 계열사들은 부진했다. 하나증권의 경우 2분기 48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상반기 3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작년보다 75.1% 감소한 숫자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수수료 이익 등은 회복했지만 CFD(차액결제거래) 관련 충당금과 IB투자 자산 손상차손 인식 등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캐피탈도 2분기 555억원을 포함해 상반기 121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작년보다 25.8% 줄어든 것이다. 하나카드는 순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38.8% 줄어든 726억원이다. 2분기 순이익은 524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 모두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컸다.
하나금융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대응했다. 하나금융 2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5%, 연체율은 0.43%로 전분기보다 각각 0.05%포인트,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했다. 상반기에는 선제적 충당금 3104억원 등 7774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84.1% 증가한 수치다.
주주환원 정책 일환으로 전 분기에 이어 2분기도 주 당 60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매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