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A씨는 이달말 남은 연차휴가를 몰아 베트남 냐짱 여행을 계획했다. 겨울 추위를 피해 동남아의 따뜻한 날씨를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A씨는 이 시기 우기인 냐짱에서 인명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움직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비가 많이 오면 여행을 망칠 수 있어 고민이 많아졌다.
A씨와 같은 걱정, 한 번쯤 해본적 있으실 겁니다. 여행 시기나 목적지를 선택할 때 쾌적한 날씨를 주요 고려요소 중 하나로 꼽는 분들이 계시죠. 기대치 않았던 악천후나 무더위를 만나면 최악의 경우 아예 숙소에만 머물게 되기도 하니까요. 이럴 때 생각나는 게 '보험'입니다. 보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나 손실 등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니까요.
해외여행 날씨보험 왜 없을까
손해보험사들이 팔고 있는 해외여행자보험 상품들은 항공기·수하물의 지연, 휴대품의 파손, 질병, 상해 등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의 손실을 보장하고 있죠. 하지만 날씨 및 기상이변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날씨 등에 따른 여행 만족도 저하 혹은 활동의 제약이라는 손실 추정이 명확하지 않아 상품의 설계가 어려워서입니다.
그런데 이럴 때를 보상하는 해외여행 날씨보험 상품성을 연구한 논문이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김태린 상지대학교 융합관광기획학과 조교수가 쓴 '가상가치법(CVM)을 적용한 관광객 날씨보험 지불의사 추정'입니다.
김 조교수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할 때 '일 최고기온이 35℃를 초과하는 날에 대해 해당일 여행금액의 15%를 보상하고, 일 강우량이 30mm를 초과하는 날에 대해 해당일 여행금액의 32%를 보상'하는 가상의 보험상품을 설계했습니다.
선행연구를 보면 날씨가 무더울 경우 약 15%, 강우가 있을 경우 약 32.3% 수준에서 여행객의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기온 약 35℃, 강우 약 30mm를 초과할 때 야외 여가활동 수요가 급감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기준을 상품설계에 반영한 거죠.
보험료 쌀수록 가입의사 높아
과연 몇 명이나 해외여행 날씨보험에 들겠다고 손을 들었을까요? 조사 결과는 보험료와 깊은 상관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험료로 책정한 제시금액이 높을수록 보험가입 의사가 낮아지더군요.
사전조사 이후 본 조사에서 보험료가 1000원이면 조사에 참여한 총 722명중 약 626명(86.8%)이 보험에 들겠다고 했지만 2만원이면 205명(28.4%)만 보험에 가입하겠다고 했거든요.
제시금액만을 고려해 추정한 결과를 쉽게 정리하면 1일당 지불의사는 적게는 9000원 후반대에서 많게는 1만4000원 초반대까지 추정됐습니다. 평균값은 약 1만500원 수준이었죠.
여행 특성 및 개인 특성에 따라 지불의사에 차이가 있었는데요. 예컨대 여행 목적지의 계절이 여름인 경우가 다른 계절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월소득이 500만원에서 699만원인 가구가 타 소득구간 가구에 비해 더 높은 지불의사를 나타냈죠.
여름이 다른 계절에 비해 폭염이나 폭우에 노출될 확률 높고,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할 여유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 조교수는 "여행의 질을 저하하는 예기치 못한 각종 사건들을 보장하는 여행자보험이 이미 판매되고 있는 만큼, 동시대 주요 이슈인 날씨와 기상이변에 대한 보험상품을 도입하는 안을 현실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해외여행 날씨보험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19년 기준 우리 국민의 약 23%가 적어도 연 1회 이상 해외여행을 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조교수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