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가계 안전판인 보험을 깨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생보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 해약(해지)환급금이 30조8197억원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같은 기간 20조2827억원보다 51.9% 급증한 것이죠.
경기둔화로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비과세 혜택 축소 전 팔았던 10년짜리 저축성보험 만기가 돌아와서라는 관측도 있죠. 처음 가입할 때는 괜찮았던 5만원, 10만원 정도의 보험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이 됐을 수도 있고요.▷[보푸라기]경기 나빠 보험 깨는 서민 는다는데…(11월4일)
배경이 어떻든 보험해지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여러 선택지중 하나로 자리 잡은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보험해지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간단 명쾌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특히 보험사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들에 대해서요.
우선 보험 해지환급금은 보험사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문의하거나 회사의 홈페이지, 모바일 앱에서 계약 내역을 조회한 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지난 2018년 2월 월보험료가 12만3000원 정도인 H사 종합보험에 가입했는데요. 모바일 앱을 통해 해약환급금을 손쉽게 조회해 볼 수 있더라고요. 이제까지 낸 보험료가 약 853만1300원이었는데요. 제게 돌아오는 환급금은 절반(53.4%)인 455만3300원이더군요. 절반은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와 조기 해약 페널티 명목으로 H사가 '꿀꺽'하는 거죠.
다음으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받아도 보험해지가 가능합니다. 애초에 약관대출 자체가 해지환급금의 50~95% 내에서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그래요. 앞서 제가 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이 455만3300원이라고 했잖아요. 이 돈을 모두 약관대출로 빼냈다면 제가 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은 사실상 0원에 가깝다는 거예요. 만약 절반을 약관대출로 받아 썼다면 나머지 절반이 해지환급금이 되는 거고요.
암 진단금 등 보험금을 받고 바로 다음 날 보험을 깨도 괜찮아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보험에 드는 건 예상할 수 없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돈을 타기 위해서죠. 그 이후 보험을 유지하고 해지하는 건 전적으로 보험 계약자의 선택이고요. 물론 보험사 입장에선 계약자가 낸 보험료보다 보험금을 더 타 갔다면 손해겠지만. 넓게 생각해보면 다른 계약자가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 청구를 안 해 보험사가 이득을 보는 담보들도 굉장히 많잖아요.
가입 초기에 보험이 깨지면 보험설계사에게 피해가 갈수도 있어요. 생명보험은 1~2년, 손해보험은 1년 정도 안에 보험이 해지되면 설계사가 선지급 받았던 수수료 및 성과 수수료(시책)를 보험사에 반납해야 한다고 해요.▷관련기사 : [보푸라기]엄마가 들어준 보험, 해지하고 싶어요(9월16일)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는 보험계약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걸 전제로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설계사의 모든 수입이 뺏기고, 소속된 지점이 망할 정도로 과하지는 않다는 점 알아두시고요.
보험해지가 빈번하면 향후 보험에 가입할 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지를 반복했던 보험 소비자가 다시 보험을 가입하려고 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안 좋게 평가할 수 있다는 거죠. 보험은 20년이면 20년, 30년이면 30년 장기간 보험료 완납을 기준으로 상품이 만들어지는데요.
물론 약속을 깬 사람(보험계약자)이 대부분 손해를 감수하지만, 보험사로서도 장기간 유지되는 양질의 계약이 많아야 회사를 건실하게 운영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애초에 계약을 차단할 공산이 있다는 거죠.
보험설계사가 보통 저축성보험→보장성보험 순으로 보험해지를 권유하는 건 사업비 때문도 있습니다. 납입하는 보험료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급전을 만드는 방법으로 보유한 보험 중 저축성보험을 먼저 해지할 것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리가 있지만, 한편으론 보험사가 거둬가는 사업비가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에 많아서도 있습니다. 보험해지 전 보험계약자에게 한 푼이라도 더 받아가려는 거죠.
다만 보험해지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는 오롯이 보험계약자의 몫입니다. 해지하기 전 대안을 알아보고 깐깐한 점검을 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보험 깨버릴까?'…그 전에 생각해 볼 방법들(2022년 11월26일)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