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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홍콩 ELS…전전긍긍 은행들

  • 2023.11.27(월) 16:43

홍콩 주가 하락…ELS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
불완전판매 없더라도…은행들 또 배상나서나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력 판매사였던 은행들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새 금융상품의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일부 보전해주는 것이 의례적으로 자리잡으면서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따가운 시선에 이번에도 배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수조원 뭉칫돈 허공으로 사라지나

27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권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 판매액은 2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약 8조3000억원 가량이 내년 상반기중 만기 도래한다. 

H지수 연계 ELS 상품은 홍콩H지수와 연계된 금융상품이다. 해당 ELS에 담겨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도 상승하는 구조다. 반대로 가입시점보다 만기 시점에 주가가 하락했다면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에 만기가 도래하는 ELS상품들이 기초자산으로 하는 홍콩H지수가 판매 당시 시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 상품이 대거 판매됐던 지난 2021년 1월 홍콩H지수는 1만2000선 가까이를 유지했다.

그런데 중국 경기 악화로 인해 지수가 나날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한때 6000선이 무너지는 등 추락을 면치 못했다. 이같은 추세는 현재도 이어지면서 홍콩H지수는 27일 6000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상반기에도 홍콩H지수가 2021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를 살펴보면 최소 5조원 이상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초부터 만기가 연이어 도래하면서 손실이 확정되기 시작하면 더 구체적인 규모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전긍긍하는 은행들

이번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ELS 상품은 대부분 은행에서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액 20조5000억원중 약 15조8860억원 가량이 은행에서 판매됐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들도 좌불안석이다.

원칙적으로 해당 상품은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도 고객 역시 인지하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면 은행은 원금 손실에 대해 책임이 없다.

다만 최근 몇년새 금융투자상품 만기 도래시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금융회사가 일부를 보전해주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통상 금융투자상품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불완전판매 등 판매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잘못이 있었다면 소비자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원금 일부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 몇년새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금융회사가 일부를 보전하는 것이 추세처럼 자리잡았다"라며 "분쟁조정위원회에 오르기 전에 사적화해 등을 통해 먼저 배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홍콩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청산 이전에 소비자에게 손실 일부를 보전해 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고객 신뢰 회복 등을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홍콩 ELS의 경우 투자규모가 크다보니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금융회사는 금감원이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20~40% 가량의 원금 배상을 권고한 만큼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사적화해 등을 해왔다. 만일 최소 배상치였던 20%만 배상하더라도 은행들의 배상 규모는 조단위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 사모펀드의 경우 배상 규모가 많아야 수백억 수준이었고 은행들이 감당 가능했"며 "이번 홍콩 ELS의 경우 워낙 규모가 커 배상에 나서면 은행의 수익성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본시장 흐름을 역행하는 추세에 대해 금융당국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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