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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탁 논란]②유언 신탁도 활발한 일본…'고령화' 우리는?

  • 2024.04.04(목) 07:30

일본 신탁시장 급성장…GDP 대비 수탁고 173%
고령층 대상 포괄신탁 비중 확대 등 상품 다양화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에서 각종 퍼주기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자산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도 다르지 않다. 특히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다양한 신탁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일본 신탁시장을 참고해 금전·부동산신탁 중심에서 벗어난 신탁 상품 다양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전히 변화는 미흡한 수준이다.

고령화 사회 대응한 일본 신탁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의 GDP 대비 신탁 수탁고는 173%(2020년 기준)로 미국(94%)보다도 높다. 우리나라는 53%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선 일본 신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으로 고령화 시대 개인의 노후준비에 대한 수요 증가, 일본 정부의 제도적 지원 등을 꼽았다.

일본 주요 신탁상품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 하락 등으로 가계자산이 실물에서 금융 중심으로 이동했고, 금융자산도 예금보다는 펀드와 주식 등 투자상품 선호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신탁상품을 통한 노후준비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신탁의 수탁가능 재산 범위 제한을 없앴다. 신탁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일본 은행들도 다양한 신탁상품을 개발하고 고령층 개인 뿐 아니라 가족 단위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신탁 수익을 늘렸다.

대표적인 게 유언관련 신탁(유언·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신탁은 위탁자 유언에 의해 설정돼 위탁자 사후에 신탁이 설정되고 효력이 발생한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신탁계약을 체결해 재산을 운용하고 사후 지급방법을 결정해 사망 후 수익자에게 수익권을 부여하는 상품이다.

유언신탁은 위탁자 사망 전에는 계약 효력이 없어 재산을 직접 관리하는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계약이 체결돼 수탁자가 재산을 관리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히 일본 은행들이 유언대용신탁 가입요건을 완화하자 가입자가 빠르게 늘었다. 또 고객 수요가 많아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수수료 없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일본 3대 신탁은행의 주요 신탁상품으로는 △후견제도 신탁 △교육자금증여신탁 △가족안심신탁 △결혼·육아지원신탁 △가업승계신탁 △수익자연속신탁 등이 있다.

다양한 신탁 상품을 바탕으로 일본 신탁 시장은 급성장했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신탁상품 시장은 2009년 이후 연 평균 4.2% 증가해 2019년 말 기준으로는 1205조6000억엔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도 신탁 필요한데…

우리나라도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후 준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중심 가계자산 구성과 여유 금융자산 부족 등으로 노후준비 수단으로 신탁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다. 

제도적으로 신탁 개발과 운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신탁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자의 수탁가능 재산을 제한하고 금융자산 중심 운용 등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이로 인해 재신탁이 불가능하고 수탁가능 재산이 금융과 부동산 등으로 분리돼 있어 원스톱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신탁시장은 고령층에게 유용한 맞춤형 자산관리 수단이라기보다는 일반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창구에 불과한 상태다. ▷관련기사: [은행 신탁 논란]①돈 못버는 신탁…'ELS사태'에 애물단지로(4월3일)

하나금융연구소는 "신탁이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서 활성화되려면 금융당국의 신탁제도 재정비와 대중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사들도 신탁 등을 통한 종합자산관리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 신탁은 서비스 범위가 넓고 단위 금액도 크다"며 "법 개정을 통해 신탁 상품과 서비스가 확장되면 국내에서도 신탁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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