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되면서 은행권에선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신탁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이 관련 상품을 내놓고 1·2호 계약자가 탄생한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들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논란 등으로 은행권 신탁상품 판매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동시에 비이자이익 새로운 수익원으로 고령층 자산관리 등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 만큼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은행권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활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스타트 끊은 하나은행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은행을 비롯해 보험·증권사 등에서 보험금청구권 신탁 출시가 가능해졌다.
구체적인 요건을 보면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을 대상(재해·질병사망 등 특약사항 보험금청구권은 신탁 불가)으로 하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인 경우 가능하다.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으로 제한된다. 도입 초기인 만큼 신탁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에선 보험금을 포함해 다양한 재산을 상속하는데 신탁이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신탁업자가 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라며 "제도개선을 통해 보험수익자를 신탁업자로 변경하고 신탁 수익자를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 설정하는 등 요건을 갖춘 보험계약은 신탁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신탁업무 등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하나은행이 스타트를 끊었다. 법 개정에 맞춰 사망보험금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출시했고, 1·2호 계약을 맺었다.
1호 계약자는 50대 가장으로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사망보험금을 미성년자인 자녀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2호 계약자는 해외 거주중인 자녀가 국내 자산관리 등에 어려움이 있어 계약바 본인 사망보험금을 신탁사인 은행을 통해 수령·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맞춰 상품을 설계하고 수령한 사망보험금을 관리·운용하는데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유언대용신탁과 금전채권신탁 상품에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재산으로 포함해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범위 넓어질까
은행권에선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당장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탁재산 범위가 좁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관심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은행 입장선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수 있고 금융소비자들도 신탁상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이 재산 상속과 노후 대비 등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가운데 가운데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자산관리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성년자녀, 장애인이나 고령층 가족이 있는 금융소비자에게 적합하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새로운 고객층을 타깃으로 자산관리 서비스의 다양한 상품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자산관리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재산 상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보험금청구권 신탁도 새로운 상품군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문이 열린 가운데 대상 상품을 넓혀갈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사망보험 뿐 아니라 상해와 질병보험도 보험금청구권 신탁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치매 노인과 고령층에 대한 종합재산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탁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