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과 보험업권에 PF 초기 사업장 자금 공급을 요청했다.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당국이 비교적 자금 여력이 넉넉한 곳에 요청을 했지만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에서다. ▷관련기사:당국, PF 정상화 위해 은행에 '당근책' 예고…냉랭한 은행(4월22일)
이에 당국이 업계에 제시할 인센티브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사업장 인수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대한 덜 반영하거나 여신 담당자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소극적' 인센티브 및 신규 사업 진출을 열어주는 식의 '적극적' 인센티브 등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과 보험업권을 만나 부동산PF 정상화를 위해 본PF 뿐만 아니라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에도 신규 자금을 공급할 것을 요청했다. 또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우량 사업장 위주로 투자를 검토한다 하더라도 은행과 보험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브릿지론 사업장의 70% 이상이 이미 1회 이상 만기 연장된 사업장이기 때문에 이연될 잠재부실 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점에서다. ▷관련기사:'금리인하 기대했는데'…부동산PF 코너 몰린 저축은행(4월24일)
이에 당국이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회계적으로 손실을 최대한 덜 인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공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존에 제한이 있었던 사업부문에 대한 완화를 요청하는 '적극적' 인센티브를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을 감시해야 할 금융당국이 기준을 손질하면서까지 손실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을 떠넘기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식 인식 최소화 할까
브릿지론은 통상 시중은행들이 투자하는 본PF에 비해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직접 대출을 내주는 방식 대신 펀드 출자 방식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손실은 유가증권 평가손익으로 인식되는데, 회계적으로 최대한 손실을 덜 인식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인센티브'를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유가증권 분류 시 이를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거나, 유가증권에 위험가중자산 배율을 반영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출자는 하되 손실 위험 반영을 최소화하는 등 모두에게 가장 충격이 덜한 방법으로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펀드 출자가 아닌 부실채권(NPL) 방식으로 사업장을 인수할 경우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이 경우 감액된 채권 금액을 반영해 사업장을 인수하도록 해 충당금 부담을 낮춰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100억원인 땅이 경매에 부쳐져 50억원이 됐다고 가정하면, 은행이 이를 50억원에 인수할 경우 나머지 50억원은 시행사와 기존 브릿지론에 투자한 금융사의 손실이 된다. 반면 은행이 이를 100억원에 인수하면 5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이 높은 금액으로 인수할수록 제2금융권에서 사업을 하다가 벌어진 손실을 1금융권에서 다 흡수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선례를 남기는 측면에서도 이를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한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열어주는 '적극적' 인센티브도 거론
진입이 힘들었던 사업분야에 대한 규제를 열어주는 방안도 인센티브 한 종류로 거론된다. 은행업권에는 ELS 사태 이후 자산관리(WM) 부문에 대한 영업 제한 완화나 그동안 펀드 출자가 어려웠던 부문에 대한 진입 통로를 열어주는 내용이 거론된다.
은행권 일각에선 이번 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으로 부동산 부문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나 충당금 적립 비율 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을 인센티브로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험업계 또한 PF 관련 추가 손실 방지 방안과 사업 신규 진출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손실 가능성을 인식하고 투자하는 성격이 큰 만큼 여신 책임자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또한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는 대부분 공문 등으로 흔적이 남는 요청이 아니라 구두로 전달하는 요청인 경우가 많다"라며 "사업장을 인수하는 순간 책임은 담당자의 몫이 되기 때문에 선뜻 자금 지원을 결정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은행과 보험사에 신규 펀드 조성을 제안하는 등 PF 사업장 정상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은행들의 참여 규모와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용은 오는 5월 PF 사업장 정상화 방안 공개 이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100가지 고민을 하는 데 한 가지 고민을 덜어주면 부담을 더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주장할 수 있다"라며 "여러 규제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의견이 합당한지 듣고 시장과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