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 대어로 꼽혔던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사실상 흥행 참패로 막을 내렸다.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우리금융지주가 막판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이로써 롯데손보의 새 주인은 외국계 투자자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한쪽에선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는 데다, 손보업 라이선스 등 회사가 가진 매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이 마감한 본입찰에서 외국계 투자자 1~2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우리금융은 본입찰을 포기했다. 우리금융은 공시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실사를 추진 중이다.
새 주인 외국계 될까…
롯데손보 대주주(지분 77.04%)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가격 눈높이 차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로 최소 2조원 이상을 희망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우리금융은 비은행 M&A에 가용 가능한 투자여력을 1조8000억원이라고 밝힌 상태다. 우리금융이 본입찰에 불참하자 이날 롯데손보는 전 거래일 대비 23.6%나 빠진 29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9062억원으로 1조원대가 붕괴됐다. 반면 우리금융은 1.66%, 동양생명은 8.61% 각각 상승 마감했다.▷관련기사 : 롯데손보 M&A 하차한 우리금융…동양생명 인수전 영향은(6월28일)
시장 관심이 식으면서 본입찰에 참여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각 레이스를 완주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업계 한쪽에선 롯데손보가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비입찰과 본입찰 모두 참여하지 않았지만 비은행 강화가 절실한 하나금융 등 잠재 인수후보가 다시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롯데손보는 "매각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주주사 소관이며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미워도 다시한번?
롯데손보는 순이익 측면에서 인수 뒤 손해는 안 볼 알짜 매물이란 평가다. 이 회사가 거둔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24억원으로이다. 설립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12월말 2조396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3.1%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지난해 원수보험료 기준 보종별 비중은 퇴직연금 67.4%, 장기보험 29.1%, 자동차보험 1.7%, 일반보험 1.8%다. 퇴직연금을 활용해 운용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IFRS17 하에서 핵심 수익상품인 장기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제외한 원수보험료 내 장기보험 비중은 2019년 72%에서 지난해 89%로 증가했다.
반면 IFRS17과 함께 도입된 새 금융상품 회계기준(IFRS9)에 따라 투자손익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다. 롯데손보의 경우 전체 운용자산 내 '당기손익 공정가치자산(FVPL)'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40% 수준에 달해 평가손익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올 1분기 투자손익이 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78% 급감하면서 이 회사 당기순이익도 409억원으로 27.6% 뒷걸음질 쳤다. 해외 대체투자 내 중·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손보업 라이선스가 주는 매력도가 무엇보다 높다는 평가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손해보험사(LIG손해보험)와 생명보험사(ING생명)를 각각 인수한 뒤 성장성 및 수익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전체 그룹이익(단순합산)에서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 등 보험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6.2%에서 2023년 17.0%로 상승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험업은 은행, 증권과 더불어 꼭 필요한 금융산업"이라며 "빨라진 고령화 속도에 다양해진 소비자 보험 수요를 고려하면 보험업 매력도가 여전히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