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을 통해 '세수 확보'와 '배당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보험금 지급여력비율(K-ICS)이 200%(경과조치 전)로 넉넉한 회사라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현행보다 덜 쌓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1일 금융당국은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배당·납세기준 마련을 위해 이 같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일부 보험사들이 고객들의 계약 해지 때 돌려주기 위한 자금인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지난해 새회계제도(IFRS17) 도입과 함께 회계장부에 새로 생긴 계정이다.
IFRS17에 따라 시가평가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을 경우, 그 차액(해약환급금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쌓아 실질적인 보험부채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는 회사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법정준비금에 해당돼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되고,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 세금 납부가 일정 기간 이연된다.
문제는 일부 보험사들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조 단위로 적립하면서 발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 배당 및 세금 납부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보험사들이 쌓아놓은 해약환급금준비금 누적액은 38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32조2000억원) 대비 19.6%(6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요 생명보험사 5곳(한화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과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이 쌓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잔액이 26조원 규모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충분한 해약환급금을 쌓아놨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금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일정 자본 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사에 한해 종전 회계기준(IFRS4) 적용 시와 유사한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대비 80%로 조정키로 했다.
IFRS17 관련 여러 제도개선이 예정돼있는 만큼 일정 지급여력비율(K-ICS)을 조건으로 설정하고 개선안을 점진 적용할 방침이다.
향후 금리변동 등 대내외 여건과 IFRS17 안착 기간을 고려하여 올해는 지급여력비율 200%(경과조치 전 기준) 이상인 보험사에 우선 적용하고, 매년 기준을 10%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순차적 확대 원칙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 지급여력비율 권고치 수준인 150%까지 5년에 걸쳐 확대될 계획이다.
법인세 측면에서는 손금 인정액이 감소해 납부세액이 현행 대비 일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미래로 이연됐던 법인세의 납세 시기가 일부 앞당겨진 것에 기인한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자본 건전성을 충실히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주주 배당 촉진 기반이 조성되고, 적정수준 법인세 납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향분석 결과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은 3조4000억원 증가하고, 법인세 납부액은 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같은 개선방안은 △밸류업을 위한 주주 배당 △장기적인 자본 건전성 관리 △당기순이익에 상응하는 납세라는 세 가지 정책적 목표 간 균형점을 모색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