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해외진출, 자회사 인수 등 은행지주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이사회의 감시·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 총괄책임자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지주회장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회사 내부통제 작동여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금융의 자회사 인수 추진으로 인한 보통주자본비율 하락과 친인척 부당대출 등에 대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책임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정례 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언급했다. 간담회는 이복현 원장 주재로 진행됐으며 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금융 등 8개 이사회 의장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 관리상 취약점으로 △단기성과 중심 문화 △이사회의 감시·견제 기능 미흡 △온정주의적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특히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해외진출, 자회사 인수 등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미흡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주·은행에 모범관행을 도입한 이유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의 리스크관리·내부통제 기능이 형식화되고 경영진 권한 집중 등의 경영관행이 공고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 밸류업 등을 추진하면서 그룹의 보통자본비율 하락 등 자본적정성이 위협받으면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사실상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을 빗대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주회장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이 원장은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지주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로서 자회사 내부통제의 작동 여부까지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부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회장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임원 친인척 특혜대출 방지 등을 위한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등에 대해서도 지주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단기성과 주의와 온정주의적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은행지주가 고위험 금투상품 판매, 부동산·담보·보증서 대출 위주의 여신운용, 점포·인력축소 등을 통한 비용절감 등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고객 보호,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사회적 역할 이행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에 고객 자산관리, 자산운용, 금융포용 등을 위해 장기적이고 일관된 혁신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또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해 징계를 강화하고, 귀책 직원에 대해 엄정한 양정기준을 적용하는 등 '준법의식·신상필벌'의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은행지주가 당면한 현안으로는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대비 △책무구조도 시행 등 내부통제 강화 △자율적인 상생금융·사회공헌 등을 꼽았다.
이 원장은 "내년도 그룹 경영계획 심의 시 자회사들의 리스크 익스포져 관리 등을 살펴봐 달라"며 "그룹 차원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이 명목 GDP 성장률 이내에서 자회사의 리스크·자본관리 계획을 고려해 수립되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CEO 선임 절차를 밟는 은행들에는 "절차가 투명·공정하게 운영돼 모범관행 적용의 우수 적용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사회 의장들은 당국 인식에 공감을 표했으며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전략과 혁신 노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