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판매 규제 문턱을 일부 낮추기로 했다. 그 동안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않도록 하는 '25%룰'을 적용했지만 점차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방카슈랑스로 대표되는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을 이전보다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도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일 제6차 '보험개혁회의'를 갖고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개편방향 등을 논의했다.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은 은행(방카슈랑스)과 카드(카드슈랑스)를 비롯해 증권사가 보험대리점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내용이다.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2003년에 도입됐다. 특정 보험사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않도록 하고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을 팔지 못하게 하는 별도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제약에도 다른 판매채널보다 상품 가격이 저렴하고 불완전판매 비율도 낮다는 점에서 소비자 친화적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평가다. 하지만 최근 시장 위축으로 일부 보험사가 제휴를 중단,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판매비중 규제 준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판매비중 규제로 현장에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어도 인위적으로 판매를 억제하거나 다른 상품을 권유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령 A은행에선 B보험사 상품을 고객들이 선호하는데 25% 판매비중 준수를 위해 연말에 해당 보험사 상품 판매를 중지한 사례가 있다.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등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활성화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 등을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한 이유다.
우선 판매비중 규제 완화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운영 등 단계적 제도화를 추진한다. 1년차에는 생명보험사 33%, 손해보험사는 50% 혹은 75%로 판매비중 규제를 완화한다. 이후 규제완화 효과, 보험사와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재무영향 등 1년차 운영결과를 분석해 2년차에 판매 비중을 높이거나 유지할지 혹은 중단할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2년차에는 중간점검 결과를 따른 판매비중 규제비율에 따라 운영하고, 최종적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운영결과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의 우려사항을 반영해 혁신금융사업자 부가조건을 부여한다. 계열사 몰아주기 방지를 위해 계열사 판매비중 규제를 신설하고,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제휴 보험사별 판매비중을 월별로 공시토록 한다. 정당한 사유없이 보험사 상품 제휴 요청을 거절하거나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고 중소형 보험사들도 경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동종·유사상품에 대한 비교·설명의무를 강화한다. 보험업계에선 25%룰을 없애거나 완화할 경우 중소형 보험사들의 판매 창구가 사라지고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판매에 유리한 구조를 가져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기자수첩]은행만 배불리는 방카슈랑스 25%룰 규제 완화('24년 12월16일)
아울러 보험 모집 시 동종·유사상품 전 상품목록 제공과 추천 사유 설명, 판매수수료 정보 제공 등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판매비중 완화를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은 올 1분기 중 진행하고 동종 유사상품 비교·설명 의무 강화를 위해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은 올 하반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