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방카슈랑스 '25%룰' 벽이 일부 허물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이 25%를 넘어도 판매가 가능해졌는데요.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은행에서 보험을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방카슈랑스 문턱 낮아진 이유는
금융당국에 따르면 방카슈랑스로 대표되는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판매비중 규제가 완화됩니다. 혁신금융서비스 운영을 통해 규제변경 효과를 테스트하고 이후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인데요.
혁신금융서비스 1년차('25년)에는 생명보험시장은 33%(기존 25%), 손해보험시장은 50% 혹은 75%(기존 25%, 시장참여 보험사 수 4개 이상이면 50%, 4개사 미만 시 75%)로 판매비중 규제비율을 완화합니다. ▷관련기사: '방카 25%룰' 19년 만에 완화 …생보 33%, 손보 최대 75%(1월21일)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한 은행 지점에서 고객이 만기가 도래한 상품 재가입을 원했지만 판매비중 때문에 다른 보험사 상품을 추천하거나 2~3개월 후 재방문을 요청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는데요.
이런 이유로 보험업계에선 방카슈랑스 25%룰 규제 완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논란도 함께 따라왔는데요.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보험을 판매하는 주체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25%룰이 완화되면 보험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만큼 같은 금융지주 계열의 보험사 상품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계열사 판매비중은 25%(생명보험)를 유지하기로 했죠.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가 아니라도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시장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지난해 방카채널 모집실적을 보면 생명보험의 경우 대형 3사(삼성·교보·한화생명)가 58.6%, 손해보험은 대형 4사(DB·현대·KB·삼성) 비중이 62.4%에 달했는데요. 특정 보험사에 대한 판매비중 규제가 완화되면 상대적으로 수수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대형 보험사들이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보험판매 중심에 있는 GA(법인 보험대리점)들도 25%룰 완화로 은행에서 더 많은 보험상품을 팔게되면 자신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죠.
소비자 선택권 다양해질까
이 같은 논란에도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결정한 만큼 앞으로 은행에서 더 다양한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을지가 소비자 입장에선 최대 관심사일 텐데요. 은행권에선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은행들은 지난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금융투자상품 등 비이자이익(수수료 등)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그나마 방카슈랑스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더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선 은행은 이번 규제 완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죠.
한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 후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방카슈랑스 비중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상품 판매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보험사들이 은행에서 파는 상품 종류는 대부분 저축성 보험인데,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들의 당장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데요.
일반적으로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대출 뿐 아니라 예·적금을 통해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은행에서 보험을 가입할 때도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저축성 보험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원 입장에서도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장성 보험보다는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 판매 채널로써 은행의 매력도가 크지 않다고 하는데요. 은행에서 주로 판매하는 저축성 보험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납입 후 환급받는 구조라 보험사들에게는 부채로 인식,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입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GA와 대면에 비해 방카슈랑스는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판매 채널은 아니다"라며 "은행에서 가입하는 상품은 대부분 저축성 보험인데 꾸준한 자금유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 아니라면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팔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과 보험사 모두 보험상품 판매에는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적극 나설 유인책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요. 은행을 찾은 고객이 좀 더 많고 다양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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