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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띈 이재명…웃음기 빠지는 은행장들

  • 2025.01.21(화) 13:52

이재명·6대은행장 간담회…민주당 정무위 12명 총출동
"경제 불안정…준비한 지원 프로그램 잘 이행" 당부
총 2조원 상생금융안 보강 고심…아직은 여당 눈치도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권 수장의 말은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라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정무위원 한명이 하는 얘기도 은행들엔 벼락같은데 유력 대권주자인 야당 대표 얘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요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은행권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예상했던 상생금융 강화나 가산금리 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앞선 모두발언에서 짧게나마 언급이 된데다 결국은 은행들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이 대표가 6대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을 대면해 공개적으로 꺼낸 첫마디는 "우리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불안정하다"였다. 그러면서 "어려울수록 힘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는 게 현실이고, 준비한 지원 프로그램들을 잘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압박하는 자리가 아님을 강조하듯 웃으며 "무언가를 강요하려고 만든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충분히 들어보려고 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재명 "은행에 뭘 강요하려는게 아니라…소상공인 지원 충실히"(2025.01.2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5.1.20

발언 자체만 보면 은행의 '자율적인' 지원 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원을 더 보강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 정무위원 12명이 총출동한 점도 이들에겐 간접적인 압박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요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말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놨다.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말 향후 3년간 총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확정 지었다. 민주당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합의점을 마련한 상태다. 은행들은 특히 상생금융이 은행의 자율성을 잃고 민주당 주도로 정례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강요하는 자리 아냐" 첫 마디 꺼낸 이재명, 은행장들에 경쟁력 강조(2025.01.20)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주당 주도로 상생금융을 늘리고 은행법 개정안을 또다시 손보게 된다면 결국에는 은행 이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들이 가산금리에 보험료와 보증기관 출연료 등을 포함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은 경기침체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반면, 커진 이자수익으로 '이자 장사'를 벌이는 은행권의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출 시 가산금리는 지금보다 떨어진다. 은행권 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대출 시 법정비용으로 발생하는 출연료 등 1년에 약 3조 원이 넘는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게 된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가산금리 추가 압박이나 횡재세(초과이익 환수) 얘기가 나올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라고 할지라도, 아직은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따라갈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적정선에서 민주당과 가산금리 체계를 개편하는 자리 등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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