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는 주범 중 하나인 과도한 '향후치료비'를 막기 위해 팔을 걷었다. 중상환자에 한해 향후치료비를 지급하고 경상환자는 8주 이상 장기 치료를 희망할 경우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제출토록 한다는 방안이다. ▷관련기사: 차 접촉 사고 후 '뒷목' 잡아도…이제 '합의금' 못받는다, 부정수급 막는 자동차보험 "내년 갱신부터 순차 적용"(2월26일)
보험업계에선 개선 방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실제 향후치료비 누수를 막고 차 보험료가 낮아지는 등 관련 제도의 성공적 안착까지는 갈길이 멀다. 치료종결 혹은 연장 때 보험사와 환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추가서류에 대한 고민과 민원 증가에 따른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높은 차보험 손해율, 보험사·소비자 모두 피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2%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올 1월 주요 손해보험사(메리츠·삼성화재, 한화·MG·KB·DB손해보험, 현대해상, 자료: 손해보험협회)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7%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올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급보험금 등 발생손해액이 해당 기간 경과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업비 등의 비중을 감안하면 통상 손해율이 80~82%를 넘어설 경우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익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대략 1800만대(일반차량 기준) 수준이다. 물가 상승 지표에도 포함,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되면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보험사들 입장에선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2~3년 간 가파른 물가 상승률과 금융사들의 순이익 성장으로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보험사들은 손해율 악화에도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선택하고 있다. ▷관련기사: 인하 여력 없다던 차 보험료, 4년 연속 내리는 이유(1월22일)
그럼에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이 중 하나가 향후치료비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상환자에 지급된 치료비는 약 1조3000억원, 조기 합의를 목적으로 제도적 근거가 없는 향후치료비는 1조4000억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정부가 향후치료비를 타깃으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상환자 8주 이상 치료 '추가서류' 관건
향후치료비 지급 개선 방안으로는 장래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상환자(상해등급 1~11급)에 한해 지급하도록 향후치료비에 대한 지급 근거 마련과 기준을 명확히 해 피해 정도에 맞는 치료비 배상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경상환자의 경우 통상 치료기간(8주)을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희망하면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보험사가 치료 당위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해당 환자에 대해 지급보증 중지계획을 서면으로 안내하고, 분쟁을 대비해 조정 기구와 절차를 마련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보험업계에선 제도 개선 방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분별하게 지급됐던 향후치료비 지급 근거가 마련되면 지급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관건은 개선 방안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정부가 기대한 수준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다. 보험업계에선 경상환자의 향후치료비 지급 근거가 될 수 있는 진료기록부 등 추가서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4주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를 제출토록 했을 때, 도입 초기에는 지급보험금이 줄었다가 이후 진단서 발급이 보편화되면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고위 관계자는 "2개월 이상 치료를 받는 경우 과거 병력이 있거나 고령층 등 특별한 상황일 수 있어 향후 치료 필요성을 입증하는 추가서류를 어느정도 수준으로 하느냐가 제도개선 정착의 성패가 될 수 있다"며 "너무 느슨하게 하면 추가서류 제출 절차가 유명무실해지고 반대일 경우 향후 치료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제대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제출된 서류를 기반으로 향후 치료 당위성을 직접 판단하기 부담스럽다는 점도 지적한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제도 핵심은 치료연장 승인율인데 보험사가 주치의 의견과 다르게 치료 종결을 결정하기 어려워 민원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보험사 심의 권한을 줄이고 공적 심의기구 역할 확대, 국토교통부의 공정한 심의 기준 등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뇌진탕(11급)과 추간판탈출증(9급) 진단이 객관적 기준 없이 남용되는 문제가 있어 해당 질환에 대한 상해급 조정이 필요하다"며 "경상급수 편입 등 추가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