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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 해도 사정은 제각각…저축은행 M&A의 속사정

  • 2025.11.11(화) 13:40

PF 부실 여파 속 저축은행 매물 잇따라
EQT 엑시트·KBI 포트폴리오 다각화
교보-SBI, 전략적 제휴…'종합금융' 확장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자금 경색으로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인수·합병(M&A)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라는 공통된 배경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저축은행들의 사정은 모두 다르다. 재무상황과 경영 여건, 투자자의 성격에 따라 매각 이유는 제각각이다.

11일 저축은행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럽계 대형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애큐온캐피탈 지분 96%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로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약 1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올 들어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M&A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약 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KBI그룹은 7월 라온저축은행(약 100억원)과 10월 상상인저축은행(약 1100억원)을 연달아 품었다.

업계 5위 애큐온, EQT의 '투자 회수'

저축은행 M&A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매각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우선 최근 매물로 거론되는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구조조정보다는 '투자 회수(exit)' 성격에 가깝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전신은 HK저축은행으로, 2016년 애큐온캐피탈이 인수했다. 

애큐온캐피탈의 최대 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운영사 JC플라워는 2019년 베어링PEA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고라LP(Agora, L.P.)에 애큐온캐피탈을 약 70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2022년 EQT파트너스가 베어링PEA를 인수해 애큐온캐피탈과 저축은행 모두 EQT파트너스에 속하게 됐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우량 매물로 꼽힌다. 자산규모는 2024년 말 기준 5조3999억원으로 업계 5위다. 4위인 웰컴저축은행(5조8229억원)과는 4230억원 차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370억원, 올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88억원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6월 말 기준 6.4%로 업계 평균(9.5%)보다 낮다. 

'경영악화' 상상인·라온…KBI그룹, 기회 엿봤다

반면 상상인저축은행은 2023년 상상인그룹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며 주식 처분 명령을 받아 매각을 추진했다. 

이에 더해 부동산PF 부실 여파로 경영 부담이 커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23년 420억원, 2024년 3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86억원의 손실을 떠안으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3월에는 건전성 악화로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라온저축은행 역시 지난해 경영 악화로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라온저축은행은 2023년 43억원, 2024년 37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7000만원)를 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 KBI그룹은 과거 갑을상사그룹 시절 '갑을상호신용금고'를 운영했다. 그러다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갑을상호신용금고를 조일상호신용금고(현 MS저축은행) 흡수합병 방식으로 넘기며 금융업 명맥이 끊겼다. 

KBI그룹은 이번 인수로 25년 만에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확보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산업 기반과 금융 인프라를 결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BI그룹은 환경·에너지, 건설·부동산, 섬유·용기, 의료 등 다양한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계열사나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용이하게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욱이 라온저축은행은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두고 있어 인수 주체인 KBI국인산업과 연계해 지역 밀착형 금융모델 구축도 가능하다. 

SBI저축은행, 교보생명과 '전략적 파트너십'

SBI저축은행 지분 매각의 경우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성격이 짙다. SBI저축은행은 업계 1위로 업황이 악화했던 2023년과 2024년에도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회사다. SBI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부실이 터지기 직전인 2022년 3284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올 상반기에는 5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교보생명, SBI저축은행 품고 지주 전환 '속도'…"다음은 손보"(4월28일).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기존 보험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보험 계약자에게는 저축은행 서비스를, 저축은행 고객에게는 보험 상품을 연계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확대해 고객 기반을 넓힌다.

또 교보생명앱(230만명)과 사이다뱅크앱(140만명)을 통합해 약 370만명의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도 접점을 확대한다. 향후 보험금 지급 계좌로 저축은행 계좌를 활용하고 대출이 어려운 보험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유입해 가계여신을 1조6000억원 이상 늘릴 방침이다. 예금을 퇴직연금 운용에 활용하는 등 양사 간 금융 시너지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라온저축은행은 경영개선권고를 받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고 상상인저축은행은 재무 상황이 좋았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손발이 묶인 영향이 컸다"며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과 전략적 파트너십 차원, 애큐온저축은행은 엑시트 성격이 강해 모두 M&A의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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