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무조정 제도개선에 나섰다.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늘리고 금리부담 완화 등 금융 접근성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과중채무자 재기와 금융시장 재진입을 지원하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입구 정책'에 비해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회생·파산 등 '출구 정책'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위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채무조정 제도개선과 공공기관 연체 채권 관리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어제(25일) 금융위원회는 캠코와 업무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지원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채무조정 심사와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 한정된 재원을 지원이 필요한 취약 차주에게 보다 집중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는 포용금융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포용금융이 단순한 대출 확대를 넘어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금융시장 재진입까지 포괄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입구에 대한 얘기들은 굉장히 많지만 출구에 대한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채무자들은 신용회복위원회를 가야 하는지, 법원에 회생·파산 신청을 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출구를 마련하지 않은 채 입구만 넓히면 과중채무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채무조정·개인회생·파산 등 재기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무자 재기보다 채권 회수에 초점을 맞춘 공공기관의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순덕 롤링주빌리(민간 채무조정 지원 시민단체) 상임이사는 "공공 배드뱅크 운영 주체인 캠코가 채무자의 장래 소득이나 미래에 형성될 자산 가능성까지 고려해 채권을 장기간 보유·관리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채무자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 복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상환능력을 따져보고 부실채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기계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채무자의 재기를 막는 경우가 있다"며 "공공기관의 연체 채권 관리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의와 맞물려 금융위에서는 캠코의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지원체계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번 개선을 통해 그동안 재산심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까지 심사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채무자의 변제능력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해 원금감면율도 차등 적용한다.
현재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율은 순부채의 60~80%(취약차주 최대 90%) 수준이다. 금융위는 변제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차주의 경우 최소감면율을 60%에서 30%로 낮추고 변제능력에 따라 감면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채무자의 사해행위와 허위신고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채무조정 신청 전 증여나 재산 매각 등을 통해 재산을 축소하거나 보유재산을 허위 신고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약정 해지와 채무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캠코는 이미 올해 2월부터 재산조사전담반을 운영하며 채무조정 신청 이전 재산 변동 내역을 점검하고 있다. 오는 8월 개정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 사전증여 정보 등도 일괄 확인할 수 있게 돼 심사체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개선안은 채무조정 혜택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원 필요성이 높은 취약 차주에게 재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채무조정 제도개선은 포용금융의 한 축이지만 앞서 지적된 내용에 대한 개선 조치"라며 "이외 새도약기금, 주담대 채무조정 등 공공기관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방안도 각 부문에서 포용금융 확대 측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