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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노루홀딩스가 판 알짜 ‘알앤씨’의 종착지, 3세 한원석

  • 2022.11.03(목) 07:10

[중견기업 진단] 노루④
홀딩스, 2020년 지주 밖 디아이티에 매각
알고보니 한원석→디아이티→알앤씨 체제   
주인 바뀌자 곳간 ‘활짝’…2년간 40억 배당

치밀했다. ‘노루표 페인트’로 유명한 중견 정밀화학그룹 노루(NOROO)의 한영재(67) 회장이 가업 세습의 지렛대로 요긴하게 써먹을 카드를 은밀하게 하나 더 준비했다. 예외 없다. 물류업체 노루로지넷처럼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돈벌이를 하던 계열사다.  바로 노루알앤씨(R&C)다.  

알앤씨, 노루페인트 등 뒷배 ‘알짜배기’

노루알앤씨는 도료용 수지(Resin) 및 자동차용 접착제 업체다. 2006년 10월 자본금 2억원에 ‘디알씨’로 설립됐다. 2009년 11월 현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원래는 노루홀딩스가 지분 50%를 소유한 지주회사 체제 안에 있던 계열사다.  

알짜배기다. 매출은 2013년 232억원에서 거의 매년 예외 없이 성장하며 2019~2020년 400억원대로 올라섰다. 영업이익 또한 흑자를 거른 적이 없다. 2013~2020년 적게는 3억원, 많게는 17억원을 벌어들였다. 

비결은 딴 게 아니다. 계열사들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다. 즉, 노루알앤씨는 도료 및 도료의 핵심 원료인 수지 생산업체 노루케미칼로부터 수지를 들여와 노루페인트 등 도료 계열사들에 판매하는 게 주된 일이다. 

수치가 증거다. 2019~2020년 노루케미칼 재고매입금액이 165억원, 137억원이다. 계열매출이 각각 238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55~59%다. 사업구조가 말해주듯이 노루알앤씨의 본점 또한 경기 안양의 노루페인트 본사 및 안양공장에 위치하고 있다. 

계열매출 50%대…주인 바뀌자 돈벌이 ‘껑충’

특히 지난해에는 한 단계 더 ‘레벨-업’ 됐다. 매출 54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2020년 보다 27.8%(120억원)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설립 이래 가장 많은 24억원을 벌어들였다. 1년 전보다 41.9%(7억원) 증가했다. 

내부거래가 더 불어났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노루케미칼과의 거래가 213억원으로 뛰었다. 노루페인트(89억원), 노루비케미칼(50억원), 아이피케이(46억원) 등 도료 계열사들로부터 도합 2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비중(50%)은 낮아졌지만 액수로는 4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묘하게도 작년은 노루알앤씨의 주인이 바뀐 이듬해다. 노루홀딩스가 2020년 8월 지분 50%를 36억원(주당 1만8100원)에 전량 매각했다. 디아이티(DIT)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디아이티는 노루 소속의 IT 서비스업체다. 반면 노루가 2006년 6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줄곧 지주 울타리를 벗어나 있던 계열사다. 결국 노루홀딩스가 주력 분야인 도료 계열사들과 사업적으로 긴밀한 데도 노루알앤씨를 지주 밖으로 뺐다는 얘기다. 

현재 노루의 계열사는 20개사다. 도료 및 농생명 등 2대 사업분야의 14개 계열사(자회사 10개·손자회사 4개)가 노루홀딩스 아래 배치돼 있지만 디아이티→노루알앤씨로 이어지는 두 계열사의 경우 지주 체제 밖에 존재하는 이유다.   

주인 교체되자 등장한 후계자 한원석

노루알앤씨의 이상기류는 경영구조에서 감지됐다. 노루의 후계자인 한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 한원석(36) 전무가 이사회 합류와 동시에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을 챙기기 시작했다. 시기 역시 노루알앤씨의 주인이 디아이티로 바뀐 2020년 8월의 일이다. 

즉, 지배구조 및 경영구도가 바뀐 2020년을 기점으로 노루알앤씨의 내부거래가 증가하고 벌이도 부쩍 더 좋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하나 더. 배당기조에서도 전에 볼 수 없었던 변화가 생겼다.    

노루알앤씨는 2012년 1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결산 현금배당을 해왔다. 규모 또한 확대 추세였다. 다만 2019년까지는 많아봐야 8억원이다. 이랬던 노루알앤씨가 2020년 10억원에 이어 2021년에는 3배 불어난 30억원을 풀었다. 

이쯤 되면 이 계열사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 분명하다. 노루알앤씨의 쓰임새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던 올해 5월,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최대주주 디아이티의 주인이 베일을 벗었다. 바로 노루 3대 후계자 한 전무다. 지주 체제 밖의 디아이티(100%)→노루알앤씨 계열구조의 정점에 한 전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노루알앤씨의 배당금 40억원을 손에 쥔 디아이티는 노루홀딩스의 주주로 등장했다. 한 회장이 꼭꼭 감춰왔던 3장의 승계 카드 중 하나라는 말이다. (▶ [거버넌스워치] 노루 ⑤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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