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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대웅, 장질환 신약 6600억 배팅 까닭

  • 2026.05.14(목) 07:30

기존 치료제 한계로 꼽힌 '장 점막 회복' 도전
기술도입 통해 면역질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신약 개발에서 염증성 장질환(IBD)은 제약사들에 성장성이 큰 분야이면서도 공략이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에 원인 불명의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장기간 지속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데요. 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며, 주요 증상으로는 만성적인 혈변, 설사, 복통,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납니다.

현재 시장에는 염증을 억제해 장 질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들이 다수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면역 반응과 염증을 조절하는 치료제들은 복통·설사·혈변 등 주요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손상된 장 점막까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 점막 손상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질환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 때문에 최근 IBD 치료 시장에서는 단순한 염증 억제를 넘어 손상된 장 조직 자체를 회복시키려는 새로운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이 점막 재생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 도입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염증 억제' 넘어 '점막 재생'

대웅제약은 지난 12일 국내 바이오텍 이노보테라퓨틱스로부터 총 6625억원 규모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INV-008'을 도입했습니다. 아직 임상 초기 단계임에도 수천억원 규모 계약이 성사되면서, 대웅제약이 왜 이 후보물질에 과감한 베팅에 나섰는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IBD 치료제 시장은 휴미라, 스텔라라, 린버크 같은 면역·염증 억제 치료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약물은 염증을 낮추고 증상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손상된 장 조직 자체를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쉽게 말해 기존 치료제가 '불길을 잡는 소방관' 역할에 가까웠다면, 대웅제약이 주목한 INV-008은 손상된 장 점막을 복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 후보물질입니다.

INV-008은 '15-PGDH'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우리 몸에는 손상된 조직 회복을 돕는 'PGE2(프로스타글란딘 E2)'라는 물질이 있는데, 15-PGDH는 이 물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INV-008은 이 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장 내 PGE2 농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손상된 장 점막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유도합니다. 단순히 염증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장 조직의 재생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됩니다.

또 경구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현재 주요 IBD 치료제 상당수가 주사제 기반인 만큼 복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어서입니다.

이노보, AI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이 후보물질을 개발한 바이오텍의 이력에도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이노보테라퓨틱스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출신 연구진들이 2019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AI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 '딥제마(DeepZema)'를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 신약 개발은 수많은 화합물을 반복적으로 실험하며 가능성 있는 물질을 찾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반면 딥제마는 후보물질의 구조와 활성, 독성 가능성 등을 AI 기반 가상 환경에서 먼저 분석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선별합니다.

INV-008 역시 이 플랫폼을 통해 발굴된 파이프라인입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IBD 치료 분야의 미충족 수요였던 '점막 치유' 가능성에 주목했고, 15-PGDH를 저해하는 저분자 화합물을 설계해 개발해왔습니다.

특히 대웅제약은 이 기전이 장질환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 계약에는 IBD 외 추가 적응증에 대한 공동 개발 및 상업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15-PGDH 억제를 통한 조직 재생 기전이 다양한 조직 손상 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웅제약, 파이프라인 확보 및 30조원 시장 도전

신약 개발 시장에서 염증성 장질환(IBD)은 제약사들에게 성장성이 큰 분야이면서도 공략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힙니다. 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식습관과 맵고 짠 음식, 스트레스 등의 영향으로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질환 특성상 재발이 반복되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기 때문입니다.

환자 증가와 장기 치료 수요가 맞물리면서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IBD 치료제 시장은 2025년 약 295억 달러(약 38조7000억원)에서 2034년 416억 달러(약 6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대웅제약이 단순히 염증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상된 장 조직의 재생까지 유도할 수 있다면 IBD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한 단계 확장하는 동시에 시장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INV-008은 아직 IND(임상시험계획) 제출을 준비 중인 초기 단계 후보물질입니다. 전임상에서 확인된 효능과 안전성이 실제 임상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가 향후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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