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의 실적부진을 걱정하던 투자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7월)로 인명피해와 이미지 실추, 수익성 하락 등 대형악재에 노출됐다.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 지원(10월, 12월)에 나서면서 항공업뿐 아니라 해운업 리스크도 같이 짊어졌다.
두 사안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은 곱지않다. 각종 사건사고 등 이벤트 리스크에 취약한 항공업의 특성을 재확인했고 기업이 반드시 시장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올해도 항공업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사들의 보수적인 시각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객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화물수요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 항공기 도입에 따른 자금소요로 재무부담이 급속히 낮아지길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 항공업 체크리스트
①외부변수 : 항공업을 볼 땐 여객과 화물 등 산업 자체적인 수급요인만 파악해선 안된다. 예를 들어 연료비는 항공사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만큼 유가변동은 항공업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중동 정정불안 완화,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생산 증가,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부진 등으로 유가는 안정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환율도 챙겨야할 변수다. 항공사 비용의 40~70% 정도는 외화로 결제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경우 영업실적과 무관하게 손실이 날 수 있고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로선 달러-원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미국의 출구전략 속도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②경쟁환경 변화 : 국내외 다양한 저가항공사(LCC)의 시장진입으로 국내를 포함해 근거리 국제선 노선을 중심으로 경쟁강도가 심화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양대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수익기반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세가 꺾일 경우 운임이 저렴한 LCC가 양대 항공사의 시장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내 5개 LCC(에어부산·이스타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의 여객분담률은 국내선 50%, 국제선 10%에 달하고 있다. 다만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계열)을 제외한 4개사는 항공기 도입비용과 그간의 실적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들 4개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이 중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대주주의 지원여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 주요기업 크레딧포인트
①대한항공 : 신규 항공기 도입 등으로 부채비율이 800%를 웃돌고 있는 대한항공은 지난달 19일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3000만주(약 2조2000억원)를 비롯해 구형 항공기와 부동산을 매각해 총 3조5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400%대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신평사들은 이 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진해운이다. 지난해 10월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빌려준 대한항공은 또다시 한진해운에 1000억원을 대여하고, 이와 별도로 올해 상반기 예정된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최대 4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번 결정으로 대한항공은 해운업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신평사들은 한진해운의 실적회복이 지연되면 대한항공의 신용등급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도 살펴야할 대목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지주사인 한진칼을 출범시켰다.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내년까지 그룹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한진칼이 상장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지분을 현행 6.9%에서 20% 이상으로 늘려야한다. 신평사들은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의 합병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한진해운홀딩스)는 증손회사(한진해운)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해운의 지분 36.6%를 보유 중이다. 두 회사 합병시 이러한 의무(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②아시아나항공 : 금호그룹 위기로 신용등급이 한때 BBB-까지 떨어졌던 아시아나항공은 채권금융기관과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진행 중이다. 계열사 지원 부담이 줄어들면서 2011년 이후 BBB+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부채비율이 500%를 웃도는 등 여전히 차입금 수준은 과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은 자율협약을 올해말까지 1년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 기업별 신용등급 변화 (2013년)
대한항공 A → A-
아시아나항공 BBB+ → B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