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사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외형은 갖춰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은 내년이면 세계 3위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시설을 보유하게 된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개발도 진행중이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성장단계에 있다는 평가와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모습이다.
◇ 개발·생산 분리..이원화체제 구축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개발과 생산을 따로 하는 이원화체제를 통해 키워지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지정한 후 지난 2011년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 등이 출자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만들었고, 곧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85%, 미국 바이오젠 아이덱이 15%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에 주력하고, 연구개발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맡는 구조를 만들었다.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등의 연구개발 등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담당하고, 개발이 마무리되고 제품화가 이뤄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에 나서는 형태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
다만 아직 이 구상은 실천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유방암치료제 허셉틴과 같은 제품의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진행중이다. 아직 제품화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에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생산시설을 해외제약사 제품의 위탁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인 BMS에 이어 로슈와도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올들어서는 BMS와 의약품 원료, 완제품 제조계약을 추가로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 2월 미국 머크사와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 제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인허가와 생산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바이오젠 아이덱과 글로벌 마케팅 계약도 체결해 둔 상태다.
◇ 넘어야 할 고개는 높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오는 2020년 매출 1조8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이미 투자는 진행중이다.
현재 3만리터 수준인 1공장에 이어 내년이면 15만리터 용량의 송도공장이 완공된다. 약 7억달러 정도가 투자되는 공장이다. 생산량 기준으로 18만리터가 되면 삼성은 스위스 론자(24만 리터), 독일 베링거인겔하임(22만 리터)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
스위스 론자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세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의 9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외형상으로는 이들 회사와 어깨를 겨룰만큼 성장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분간 위탁생산 위주로 시설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자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위탁생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생산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쌓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략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시장이 가지고 있는 성장성 때문이다. 주요 제약사들이 개발에 전념하고, 생산은 위탁하는 구조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수많은 팹리스(Fabless) 회사들이 설계만 하고, 생산은 대만 등에 위탁하는 구조와 같다.
하지만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개발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냐를 놓고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경쟁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진입한 삼성이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진하고 있는 위탁생산 역시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체 제품의 생산이 지연될 경우 자칫 해외 제약사들의 생산기지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