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자와 자동차는 물론 철강, 조선, 화학 등 주요 분야에서 고전하는 양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기업들이 고전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요 그룹들이 당면한 과제와 새로운 성장동력 현황을 진단하고, 이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지 들여다 본다. [편집자]
한때는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었다. 아득하게만 보였던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고,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IM)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찬사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무선사업을 보는 시선은 불안감 그 자체다. 빠르게 늘었던 영업이익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정확히 1년전에 비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익규모는 70% 가량 줄었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6개월간 재고도 상당부분 털어내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비기간을 거친후 다시 과거의 영광을 재연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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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자리 좁아졌다
삼성 무선사업의 고전은 일정부분 예상돼 왔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갤럭시S5의 실적이 전작보다 좋지 않았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과 인도 등 현지업체들로부터 공세가 거셌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이 급감한 3분기의 경우 미국 애플의 신제품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무선사업 이익규모 감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3분기 무선사업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에 달했다. 4분기 5조4700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올 1분기에는 다시 6조430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2분기 4조4200억원으로 2조원 가량 줄어든 영업이익은 3분기에도 다시 2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으로 발표한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반도체 등 다른 사업 실적을 감안할때 무선사업 영업이익은 1조원 후반대에서 2조원 초반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년만에 이익규모가 70% 가량 줄어든 셈이다. 특히 최근 6개월간 감소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특히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예상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재고감축에 따른 결과라며 3분기 마케팅 비용 지출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3분기에도 역시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이는 수익성 악화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3분기 무선사업 실적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구조에서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대응수단의 한계를 확인한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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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열 재정비 효과 나올까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저가 라인업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라인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이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무선사업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재고소진을 통해 구형모델을 상당부분 털어냈고, 경비절감과 함께 불요불급한 인력들을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분기나 내년 1분기까지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도 잠정실적 발표 당시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확대 등이 기대되지만 경쟁사 스마트폰 신제품이 본격 출시되고 중저가 가격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발표될 예정인 갤럭시 후속작에 삼성전자 무선사업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연말에 단행될 삼성전자 사장단, 임원 인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도 관심사다. 신종균 사장의 유임 여부에 따른 전략 수정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신제품의 성과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이나 인도 등 현지업체에 추월당한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A 시리즈 출시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들 시장에서 브랜드 우위를 통해 현지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중저가 시장 점유율 수성을 위해 스펙은 높이면서 가격을 낮춘 중저가 라인업을 갖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무선사업의 회복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외형이나 수익성 기여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에서 반도체가 약 2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부품이라는 사업특성상 폭발적인 성장이나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TV와 가전 등의 분야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무선사업과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디스플레이나 시스템LSI, 관련 부품 등 수직계열화된 사업들은 무선사업의 성과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간 스마트폰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조직이나 투자도 크게 늘어난 상태"라며 "내년에도 무선사업의 실적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 전체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