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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인사]②현대차, '연구개발'로부터

  • 2014.12.30(화) 09:04

'역할 마친' 부회장 3명 용퇴..세대교체 돌입
재무라인 강화 기반으로 R&D·마케팅 '집중'


현대차그룹의 '수시인사'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기 인사를 통해 물갈이를 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수시로 최고위급 인사를 바꾼다. 현대차그룹 인사는 '예측불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 수시 인사는 예년과 성격이 달랐다. 부회장급들이 대거 퇴진했다. '세대교체' 성격이 강한 것이다. 정기 인사에서도 내년도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특징이 도드라졌다.
 
◇ 정의선 체제로..세대교체 급물살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 세대교체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최한영 상용차 담당 부회장이 사퇴했다. 최 부회장이 공을 들였던 중국 상용차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갑작스런 퇴진에 대해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4월에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했던 설영흥 부회장이 물러났다. 지난 2002년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했을 때부터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 역시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10월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도 물러났다. 정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철강사업을 실현시킨 인물이다. 현재의 현대제철을 만든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 회장의 박 부회장에 대한 신뢰는 컸다.


 

▲ (사진 왼쪽부터)최한영 현대차 상용차 담당 부회장, 설영흥 현대차 중국 총괄 부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일등 공신'이었던 부회장 3명이 올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세대교체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은 기존 11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가 현재는 10명이 재직 중이다.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신종운 생산개발담당 부회장, 김용환 전략기획담당 부회장, 양웅철 연구개발담당 부회장, 윤여철 노무총괄 부회장이 남았다.
 
기아차에는 이형근 부회장, 안병모 부회장 등이 있다. 이밖에는 한규환 현대로템 부회장,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등이 근무 중이다.
 
올해 물러난 부회장 3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들이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위해 정 회장과 동고동락했던 '일등공신'들이다. 
 
또 하나는 이들이 담당했던 사업들이 대부분 안착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최 부회장의 상용차 부문도, 설 부회장의 중국 사업도, 박 부회장의 현대제철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기반을 만들고 물러났다는 이야기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부회장단 인사는 세대교체의 성격이 강하다"며 "추진했던 사업들이 안정화된 만큼 후배들이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켜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 뚜렷해진 방향성..R&D·마케팅

부회장 세대교체를 단행한 현대차그룹은 정기 인사를 통해 내년에 주력할 부분에 대한 키워드를 제시했다. R&D(연구개발)와 마케팅·판매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비교적 명확한 화두를 던진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한 현실과 맞닿아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 '질적 성장'을 선언했다. 그동안은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제 값 받기'로 질적 도약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현대차의 선언은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성과도 있었다. 글로벌 업체들이 금융위기로 고전할 때 현대차그룹은 질주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질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13년부터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가장 자신있었던 품질 문제에서도 결함이 드러났다. 올해는 내수 부진 지속과 연비 과장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 현대차그룹은 올해 주요 계열사의 재무라인을 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향후 지속될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사진 왼쪽부터)이원희 현대차 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질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현재 드러난 문제점부터 고쳐나가기로 했다.
 
일단 실적 관리를 위해 재무 부문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2분기와 3분기 실적부진에도 불구, 현대차와 기아차 재무담당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제철도 재무통인 강학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실적 관리를 맡겼다.
 
재무 파트에 힘을 실어 내부를 단속한 후 문제점이 드러난 연구개발과 마케팅·판매에 치중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총 433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전년대비 3.3% 늘어났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인사폭이 작년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시 인사를 통해 주요 사장급 인사를 이미 단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마케팅·판매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년대비 승진자가 늘어났다. 전체 승진자의 70.4%가 R&D와 마케팅·판매 인력일 만큼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는 이 두 부분에 치중됐다.
▲ 현대차그룹은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전체 승진자의 70.4%를 R&D와 마케팅·영업 인력으로 채웠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내년 연구개발과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올해 문제가 발견됐던 부분에 대한 보완인 셈이다.
 
연구개발 및 기술부문의 승진자가 전체 대상자 중 가장 높은 43.6%(189명)를 차지했다. 내년을 친환경차 개발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비로 보인다. 아울러 이미 발표한 '연비 개선 로드맵' 실현을 위해서도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승진인사는 당연한 결과였다.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의 승진자는 전체 승진자의 26.8%(116명)를 차지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치다. 특히 올해 실속없는 성장을 한 터라 내년에는 내실있는 판매 확대가 현대차그룹의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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