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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냐 꼼수냐'..대우조선 새대표 정성립씨 낙점

  • 2015.04.06(월) 18:54

후임 사장 선정 둘러싸고 내홍..3월 수주실적 '0'

대우조선해양의 후임 사장 선정 논란이 일단 봉합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선장으로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정성립 STX조선해양 총괄 사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입었던 상처가 쉽사리 치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6일 차기 대우조선해양 사장 후보로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추천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주 이사회를 열고 오는 5월 말에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부의할 예정이다.

 

▲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차기 대우조선해양 CEO 후보로 정성립 STX조선해양 총괄 사장을 추천했다. 정 사장이 임시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정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의 CEO가 되면 그는 10여년만에 다시 친정인 대우조선해양의 CEO가 되는 셈이다.
정성립 신임 대표이사 후보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산업은행을 거쳐 지난 81년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이후 영업, 인사 담당 임원을 거쳐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산업은행은 "정 후보자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역임해 대우조선해양의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혁신 및 조직쇄신 의지를 가지고 대우조선해양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조선업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4개월여 간 지속됐던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신임 사장 선정 건으로 극심한 내홍(內訌)을 겪었다. 후임 CEO 부재에 따른 불안감이 번지며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에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들도 공식, 비공식적으로 불안감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 선정 논란은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업계에서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경질설이 대두됐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후임자가 누구냐'에 쏠렸다. 후임자 선정에 대한 키(Key)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쥐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요지부동이었다. 후임 사장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렇게 4개월 여가 흘렀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와 업계 등에서는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설이 돌았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후임 사장은 외부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사전 조율 과정에서 암투가 있어 선임이 늦어진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또 내부 승진을 원칙으로 후임자를 물색중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누가 된다더라'는 소문이 돌면서 조직 내 줄서기도 있었다. 각종 투서와 음해가 난무했다. 회사 내부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주나 실적 관리 등에는 도저히 신경쓸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모두들 사내에 도는 소문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만큼 신임 CEO 선정이 절실했다"고 했다.

사실 고재호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29일까지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후임 사장을 선정하지 못했다. 결국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통해 고 사장의 임기를 '차기 사장 선임까지'로 임시 연장했다. 회사 내부와 노조마저 답답해했다.

사장 부재에 따른 리스크는 수주 급감으로 이어졌다. 조선업체,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세계 2위 조선업체의 경우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CEO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수주 여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1월 수주실적은 12억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월 2억달러로 급감했고 3월에는 수주실적이 전무했다.
 

▲ 산업은행은 지난 4개월여 동안 대우조선해양 차기 CEO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회사 내부와 업계 등에서는 갖은 억측들이 난무했다. 이는 CEO의 신뢰가 생명인 조선업계에서 큰 리스크로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에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실제로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쇄빙LNG선 5척을 발주한 러시아 국영 선박회사 소브콤플로트의 세르게이 프랭크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방문, 이같은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최대 선사인 안젤리코시스에서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산업은행은 이날 정성립 STX조선해양 총괄 사장을 후임 사장 후보로 내세웠다. 정 사장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구관'이다. 업계에서는 주변의 시선과 비난을 의식한 산업은행이 '외부 아닌 외부사람'인 정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보고 있다.

CEO공백에 따른 대외적인 비난을 막고 수주 정상화를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는 업계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동안 CEO 공백 리스크에 따른 내부의 상처가 너무 큰 만큼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시 내려갔을 뿐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업계 관계자는 "다소 의외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에 비춰볼때 산업은행으로서는 '신의 한 수'를 뒀거나 아니면 '꼼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신의 한수'일지 '꼼수'일지는 향후 진행되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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