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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우조선해양]③좋은 시절은 끝났다

  • 2015.04.14(화) 17:40

업황 부진 지속..상선·해양 모두 난관
시장, 대우조선 신용등급 하락 전망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장 피해를 보는 업종은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수년째 업황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선주사들은 지갑을 닫았고 유가도 하락세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상선과 해양플랜트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그나마 최근 들어 상선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심각한 내홍을 겪은 대우조선해양에게는 이 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상선 수주에서 조선 빅 3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 업황부진 지속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조선 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글로벌 조선업계를 호령했던 국내 조선업체들의 실적도 계속 바닥을 헤매는 중이다. 조선업은 근본적으로 금융과 연결돼있다.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 비용은 선박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선주사들은 선박 발주를 줄였다. 또 경기 침체의 여파로 물동량이 줄면서 과거처럼 많은 선박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이는 조선업체들의 일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562만CGT(표준 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선박 척수 기준으로도 작년의 4분의 1 수준인 211척으로 줄었다. 1분기 조선 빅3의 수주실적은 총 39척, 47억달러였다. 전년대비 척수 기준으로는 49.4%, 금액 기준으로는 46.5% 감소한 것이다.
 
국제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수주잔량은 매월 200만CGT씩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억1113만CGT이다. 이는 전달에 비해 약 200만CGT 줄어든 수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298만CGT로 가장 많은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한국(3270만CGT), 일본(1979만CGT) 순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유럽 선사들의 상선 발주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기에 중국, 일본 업체들이 본격적인 상선 수주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고 있다. 경쟁 심화는 저가 수주 가능성을 높인다. 저가 수주는 2~3년뒤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 싸늘한 시선

조선 빅 3중 지난 1분기에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한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총 18척(23억 달러)을 수주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13척(10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8척(14억 달러)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금액으로는 현대중공업에 앞서지만 선박 척수로는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외형적인 숫자 뿐만 아니라 내용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마지막 수주는 지난 2월이다. 3월에는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신임 CEO 선임 문제로 내홍을 겪은 탓이다. 여기에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선주사들과의 신뢰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선업체들과 선주사들과의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다.
 
3월 수주 실적이 '제로'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선주사들이 후임 사장이 누가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회사에 선박을 발주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영업은 난항을 겪었다. 또 이미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들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대우조선해양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회사채 스프레드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스프레드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회사채 스프레드가 상승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해당기업의 신용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회사채 스프레드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국고채 금리와의 격차를 말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대우조선해양의 3년 만기 기준 회사채 스프레드는 1.25%포인트였다. 지난 2010년 12월 말 1.28%포인트를 기록한 이래 최고치다. 작년 10월 0.75%포인트였던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스프레드는 지난 3월 1%포인트를 넘어서며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아직도 지난 2012년에 저가 수주한 물량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 플랜트 수주 감소까지 겹쳤다"며 "따라서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도 현 상태에서 한두 차례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 체질개선 시급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양부문에 치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가 하락과 같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최대한 덜 받기 위해서는 상선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40~50달러 선이다. 업계에서는 해양 비중이 높은 대우조선해양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는 넘어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만 해양 시추업체들이 해양플랜트를 발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 시기를 일러야 올해 말쯤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대우조선해양에게 매우 중요하다. 조선업의 특성상 선박을 수주하고 건조하는 데에는 2~3년간의 시간이 걸린다.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오는 2017년에는 도크를 비워둬야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해양부문에 치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상선부문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유가 하락이라는 변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선 수주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처한 현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1분기 수주 급감의 후폭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LNG선 발주가 이뤄진다면 숨통은 트일 수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저가 물량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대우조선해양의 조선부문 매출총이익률은 4.96%였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7%대였다. 2%포인트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는 지난 2011년 수주한 고수익 초대형컨테이너선 매출비중이 하락하고 지난 2012년 이후 수주한 저가선박 매출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만들수록 손해인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현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라며 "상선부문도 해양부문도 어느 하나 낙관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새 CEO가 조직을 추스르고 대대적인 혁신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은 계속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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