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KCC가 삼성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매입, 제일모직에 이어 삼성물산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KCC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합병법인의 2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KCC는 지난 2012년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한 에버랜드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은 합병법인의 미래가치와 함께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KCC의 참여로 엘리엇과 지분경쟁에 돌입한 삼성물산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관측이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다음달 주주총회 개최전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에버랜드 이어 삼성물산도 '백기사'
KCC가 삼성의 백기사로 처음 나선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 삼성카드는 금산법 규정에 따라 에버랜드 지분을 5% 아래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계열사였던 만큼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들이 많았다.
이때 KCC가 주당 182만원, 총 7739억원을 투자해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인수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가 비상장이었고, 상장계획 역시 없는 상태였던 만큼 KCC의 투자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당시 KCC는 삼성에버랜드 투자와 관련, 사업 확대의 기회와 함께 삼성에버랜드의 미래가치에 주목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KCC의 이같은 전망은 주효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사업재편을 거쳐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상장하는 과정에서 보유지분중 일부를 매각해 14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했다. 여전히 제일모직 지분 10.18%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제일모직 시가총액이 약 24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지분 평가액은 2조원을 상회한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76%를 6743억원에 매입한 것도 비슷한 배경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에 이어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예정대로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KCC는 합병법인 지분 8.9% 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단일주주로는 16.5%를 갖게 될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두번째다.
향후 합병법인의 가치가 올라가면 적지않은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이미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경험한 부분이다. 특히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회사의 2대 주주라는 위치는 삼성 계열사들과 사업협력이 보다 확대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건축용 자재와 도료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KCC 입장에서 대형건설사인 삼성물산과의 사업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KCC도 지분투자 목적에 대해 "삼성물산 지분참여 및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통한 시너지 제고 및 전략적 제휴"라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KCC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내부 논의끝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삼성, 지분경쟁 유리한 고지
KCC가 백기사로 나서면서 삼성은 합병 반대세력을 결집하고 있는 엘리엇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기존 계열사 지분과 KCC 지분을 합해 약 20%를 확보한 상태다.
삼성물산이 다음달 열릴 합병 주총에서 확실하게 합병안을 통과시키는데 필요한 지분은 대략 40% 중후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9.9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동의해준다면 합병안 통과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반면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의 우군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엘리엇이 합병안을 부결시키기 위해선 약 30% 가량의 지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약 26%(엘리엇 제외)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중 얼마나 엘리엇에 동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합병 주주총회 이전까지 치열한 대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에 대해 "불법적"이라며 추가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물산도 "이번 이사회 결의는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대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