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은 지난 2013년 소액 투자자들을 울렸던 동양사태의 주범이다. 당시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은 동양 계열사들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소액 투자자들에게 불완전판매 했고, 이 때문에 4만명 이상의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후 ㈜동양을 비롯해 동양레저와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동양인터내셔널 등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회사들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동양은 적극적인 지분 매각과 계열사 정리를 통해 기업 회생에 나섰다. 특히 동양시멘트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며 동양이 좀 더 빠르게 제모습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량회사로 거듭났지만 주인은 없다. 동양 지분의 77%가 소액주주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양이 재계에서 매력적인 먹잇감이 된 배경이다.
◇ 회생절차 조기졸업
동양은 주요 계열사들의 매각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며 회생절차를 조기졸업했다.
우선 동양은 지난 2014년 동양파워를 포스코에너지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4311억원으로 회생계획안 평가보다 약 29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어 동양매직 역시 시장 기대치보다 1000억원 가량 비싼 2800억원을 받고 NH농협-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팔았다.
이후 지난해에는 핵심 계열사인 동양시멘트도 매각한다. 동양시멘트 매각은 국내 M&A 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고 유진을 비롯한 삼표 등 레미콘 기업과 시멘트 기업이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였다.
동양시멘트가 국내 시멘트 업계 4위(시장 점유율 기준)인 만큼 레미콘 기업은 수직계열화를, 시멘트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게 매력이었다. 결국 최종 승자는 삼표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동양은 삼표에 동양시멘트 지분 54.96%를 넘겼고, 매각 대금은 7149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주요 계열사들을 비교적 높은 가격에 매각한 동양은 지난 2월 기업 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했다. 특히 동양시멘트 매각을 통해 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동양을 두고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계열사 매각
동양파워 매각 4311억원
동양매직 매각 2800억원
동양시멘트 매각 7149억원
◇ 건재·섬유 사업이 주력
현재 동양은 레미콘과 혼화제로 구성된 건자재(건재)와 건설, 산업설비, 섬유 등을 사업부로 두고 있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전년대비 45.8% 증가했고, 매출액 역시 9.8% 늘어난 418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건재와 섬유사업이다. 건재는 오랜 사업 경험과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한 레미콘이 주력이다. 건재 사업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47%, 영업이익의 54%에 달한다.
섬유사업부는 2008년 인수한 한일합섬이 모태다. 지난 1964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아크릴 섬유를 생산한 한일합섬은 동양으로 편입된 뒤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동양 내 섬유 사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중은 35.82%와 43.55%다. 건재와 섬유에서 전체 이익의 90%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법정관리 졸업과 함께 동양을 이끌 대표이사로 김용건 전 법정관리인이 선임된 상태다. 법원은 또 김용건 대표를 포함 6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로 이사진을 구성했다.
김용건 대표는 건재와 섬유 사업에 투자를 집중, 3년 내 지난 2012년 수준인 매출액 7000억원과 영업이익 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규 이사진의 면면을 볼 때 회사 성장을 이끌기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김 대표의 경우 동양의 주력인 건재와 섬유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용건 대표는 경인운하 이사 및 에드벡트(엔지니어링 전문업체) 대표를 지냈고, 성원유리와 인천골프클럽, 대양건설 감사직을 맡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이나 섬유사업 등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회생절차를 마친 동양 입장에선 주력 사업을 성장시켜야 하는데 신임 대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양 이사회 명단 사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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