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감산 합의에 성공했다. 그 동안 원유시장에서 지속된 공급과잉 현상은 사라지고, 공급과 수요가 타이트한 상황으로 바뀌며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 셈법도 복잡해졌다. 오펙의 감산으로 유가가 지금보단 상승하겠지만 미국의 셰일자원을 비롯한 기타 산유국들도 존재해 유가의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실질적으로 감산이 이뤄지는지 여부 및 실질적인 유가 흐름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선 수익성을 결정짓는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및 석유화학사들의 제품 스프레드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축소할 수 있다는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펙은 내년 1월부터 1일 원유 생산량을 10월보다 120만 배럴 감소한 3250만 배럴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1일 생산량이 48만6000배럴로,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는 각각 21만 배럴과 13만9000배럴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감산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 규모의 감산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이란은 하루 9만 배럴 증산을 확보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지난 2년 간 평균 30~40달러 수준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감산 합의로 인해 50달러 선에 안착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셰일기업 손익분기점 유가가 배럴 당 53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유가가 그 이상 올라갈 경우 이들 기업의 생산량 증대로 유가는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오펙 회원국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내년부터 감산 합의 내용을 정확히 실행에 옮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국내 유화업계에선 당장의 유가보단 내년 이후 흐름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펙 감산 합의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유가 추이를 지켜보고 원유 도입량과 도입선 다변화 등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우선 유가 상승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원유 재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시장에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 동안 정제마진 및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는 원료가 하향 안정화와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견조한 수준을 이어왔다. 유가가 상승해도 수요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수익성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오르면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 가격도 상승하고, 최근 미국과 중국 등에서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유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 있다”며 “오펙 감산으로 유가가 올라도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단기적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사 수익에 영향을 주는 유가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오펙 감산 합의 소식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정제마진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석유화학사 역시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 우려가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