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의 연봉은 얼마일까. 재계 1위 삼성이면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연봉도 가장 많을까. 결론은 총수의 연봉이 반드시 기업규모나 지위에 비례하는 건 아니고, 굳이 월급에 목 맬 필요가 없는 까닭에 급여 체계도 그룹에 따라 따로 논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8억7100만원.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지난해 2월말 구속돼 두달치 월급만 받았다. 아무리 두달치라고 하지만 전문경영인인 권오현 회장(243억810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억원을 받았다. 최 회장 역시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35억500만원),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23억8000만원) 등 전문경영인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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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총수들이 자신의 연봉을 짜게(?) 주는 건 선한 양심을 갖고 있어서라기보다는 굳이 연봉에 목 맬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월급보다 더 큰 주머니, 바로 배당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삼성전자 등에서 받는 배당금은 1160억원. 그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7조원이 넘는다. 연봉보다는 기업가치, 곧 주가를 올리는 게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훨씬 낫다.
그런데 자신의 연봉을 확 올린 총수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그렇다. 지난해 연봉은 109억19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75억원 올랐다. 연봉상승률은 220.1%로 재벌 총수 가운데 1위다. 회사측은 서 회장이 3년 주기로 지급되는 장기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회사가 역성장을 한 상황에서 서 회장의 연봉이 올라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은 3년 전만 해도 서 회장에 대한 장기인센티브 지급한도를 연봉의 2배로 제한했으나 지난해는 4.8배까지 늘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또한 연봉의 최대 6배를 서 회장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덕분에 서 회장은 배당금 감소의 영향을 덜 받았다.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부터 받는 2017년 배당금은 244억원. 지난해와 비교하면 20.9%(64억원) 줄었다. 그럼에도 연봉이 큰 폭 올라 서 회장의 지갑은 더 두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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