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미묘한 감정은 딱 질색"이라는 미모의 열혈 경호원 강소봉(공승연 분). 잘생긴 외모에 인간적 공감력까지 갖춘 인공지능로봇 '남신3'(서강준 분).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가 그리는 '로보맨스'는 시청자들에게 '이게 가능할까?' 싶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스토리로 짜여져 있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로봇은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와 있을까? 생산현장에서 사람이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하는 자동화 로봇은 이미 흔히 볼 수 있다. 드라마처럼은 아니더라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로봇도 이미 존재한다. 미국 해군이 함정 화재진압용도로 개발한 인간형 로봇 '옥타비아(Octavia)'는 보고 듣고 만지는 센서를 장착해 동료를 만나면 반가운 표정을, 예상치 못한 명령을 들으면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고객 접점에 있는 노동자들이 '갑질 진상' 손님에게도 로봇처럼 사과만 해야한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붙인 '죄송봇'도 실제 로봇으로 구현되는 게 현실이다. 일부 국내외 대기업은 소비자들의 화풀이 민원 상황 때엔 '저런, 저희 때문에 큰 불편을 겪으셨군요' 라는 멘트를 던질 줄 아는 로봇형 콜센터 자동응답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다.
◇ 로봇시대, 미래 아닌 현재
부지불식간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해 가고 있는 로봇은 산업적 관점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 꼽힌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전문·개인 서비스용 로봇시장은 2020년까지 각각 최대 25%,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2016년 5만9700대, 2017년 7만8700대 팔린 데 그쳤지만 2018~2020년에는 연평균 13만대 가량으로 판매량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물류·의료·홍보 등의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류분야의 경우 스마트 팩토리의 필수 아이템인 무인운반차(AGV)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등의 활성화와 함께 고성장이 기대된다. 글로벌 물류로봇 판매량은 2015년 1만9000대, 2016년 2만5400대에 그쳤지만 2018~2020년 시기에는 연평균 6만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치가 있다.
의료분야 역시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함께 수술 및 치료보조 로봇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생산이나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각종 보조기 역할의 로봇을 임대하는 사업 등으로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홍보나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도 은행, 호텔, 박물관, 전시회 등에서 고객을 안내하고 응대하는 로봇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비스용 로봇에 비해 속도는 더디지만 제조 분야 로봇시장도 2020년까지 연 15%의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조용 로봇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5년 25만40000대에서 2016년 29만4000대, 2017년에는 34만6000대로 늘었는데 2020년에는 한해 판매량이 52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로봇연맹은 "생산시설의 현대화 및 자동화, 에너지 효율화와 신소재 활용이 제조로봇 시장 확대를 가속화 하는 요인"이라며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지금 쓰는 자동화 설비를 사용하는 것보다 새 로봇을 도입해 교체하려는 수요가 잦은 것도 제조 로봇 수요를 점점 더 늘리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로봇산업, 부랴부랴 한국
로봇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 화두가 된 지 오래다. 2013년부터 딥마인드(알파고) 등 10여개의 관련 기업을 인수한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 로봇 및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조직을 갖췄다. 인간과 대화하고 동작을 맞추는 사회적 행동을 통해 교감하는 감성중심의 소셜로봇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본연의 사업에 로봇을 접목하려는 시도다.
우리나라는 이런 로봇산업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국제로봇연맹의 2016년 기준 조사에서 판매량은 세계 2위, 로봇 보유량으로는 세계 4위 국가이며 로봇 밀도로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량은 최근 12년간 연평균 18% 늘었고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 '2018 비즈워치 포럼' 바로가기>
다만 숫자로 보여지는 것 만큼 세계 시장에서 앞서 있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독일 미국 일본에 비해 기술이 뒤쳐지고, 사업규모는 중국이라는 공룡에 압도되는 게 현실이다. 또 산업용 로봇에 치우쳐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세계 시장은 제조로봇과 서비스로봇이 6대 4로 나뉘는데, 한국은 이 비율이 8대 2 수준이다.
재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에도 로봇사업은 '어찌됐든 해야만 하는 사업'인 셈이다. 로봇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쉽게 보인다. 두산로보틱스,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 한화정밀기계, 현대위아, LG전자 등이 적극적이다.
당장 국내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사람의 일을 돕는 '협동로봇' 분야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로봇산업은 독일, 미국, 일본 등 기존 산업용 로봇 강국 비하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협동로봇, 서비스로봇 등 특화된 분야에 집중해 투자와 사업참여를 촉진하다 보면 세계 수위권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