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같은 생산 현장에서 인간과 로봇을 가르고 있는 ‘펜스(Fence)’를 걷어내야 합니다. 인간과 로봇은 분리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국내 로봇 산업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4차산업혁명시대 로봇산업이 이끌 일자리 변화상과 관련해 '조화'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문 원장은 28일 비즈니스워치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로봇시대 우리의 일자리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연사로 참여해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강조했다.
문 원장에 따르면 과거 로봇은 제조업 생산현장에서 인간과 분리돼 생산성을 높이는 하나의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과 함께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로봇은 공장 같은 생산 현장을 넘어 우리 삶과 공존하는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문 원장의 생각이다.
문 원장은 “지금까지 울타리를 치고 로봇을 사용해왔지만 앞으로 일터나 가정에서 로봇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4개 추진과제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사진)은 2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8 비즈워치포럼'에서 앞으로 로봇은 인간과 공존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지능형 로봇산업 발전 전략으로 ▲로봇 선도 프로젝트 추진 ▲로봇산업 혁신역량 강화 ▲신시장 창출 및 성장지원 체계 구축 ▲로봇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등을 추진과제로 지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협동로봇 개발과 보급, 유망 서비스로봇 상용화를 비롯해 핵심부품 산업 육성과 관련 규제개혁 등을 실현해야 나간다는 계획이다.
문 원장은 “우리 로봇산업의 약점이 부품인데 핵심 부품산업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시장 개척과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뿐 아니라 규제 개선 등도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SI) 전문기업 육성을 도전과제로 꼽았다. 현재 국내 로봇산업에서 80%의 로봇이 제조 현장에 몰려 있다. 향후에는 우리 삶의 스마트화(化)를 위한 동반자로 로봇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를 도와줄 전문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원장은 “기존처럼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로봇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더해 로봇을 가져다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SI 전문 기업을 육성해야 로봇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로봇 수요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는 여러 기술 중 AI(인공지능)와의 융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도 접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다.
문 원장은 “AI와 빅데이터, IoT 등은 로봇과 융합할 수 있는 여러 기술 중 하나인데 이 가운데 AI와 로봇이 결합되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활용 분야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로봇과 인간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며 “재활을 돕는 로봇과 농업용 로봇, 재난 안전 부분에도 로봇 활용이 연구되고 있는데 앞으로 5년 안에 로봇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
30여년 동안 로봇 업계와 학계 등에서 로봇이라는 ‘한우물’을 파온 연구자다. 시스템제어로 서둘대에서 학사, 로봇제어로 카이스트(KAIST)에서 석사, 지능제어로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봇산업 발전 공로로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꼽히는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올해까지 3년 연속 등재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로봇이 생소하던 1980~1990년대 LS산전에서 생산설비를 자동화하고 인터넷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11년부터 국내 로봇산업 메카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교수와 융합연구원장,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장 등을 거쳐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로봇산업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