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약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2016년, 세계경제포럼)
"20년 뒤 영국에서 2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다"(2018년, 컨설팅업체 PwC)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는 연구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존하는 일자리의 절반이 머지않은 시기에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있는 반면 되레 관련 산업 발전 등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도 나온다. 연구 결과가 상반되다 보니 우리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미래 일자리의 변화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현상은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분야 만큼은 일자리가 넘쳐나고 글로벌 기업들이 벌이는 인재 영입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로봇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할 때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무작정 뺏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들의 기피로 인해 로봇 도입이 절실한 영역도 적지 않다. 간호·요양 분야와 농업, 안전점검 등은 '구인난'에 허덕여 로봇 도입이 불가피한 분야로 평가된다. <☞ '2018 비즈워치 포럼' 바로가기>
◇ 로봇·AI 산업 급성장…넘쳐나는 일자리
얼마 전 중국 텐센트의 산하 연구기관이 내놓은 'AI 인재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AI 인재에 대한 수요는 10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실제 활동하는 전문 인력은 30만명에 불과하다. AI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은 치열한 '인재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경쟁이 뜨겁다. 미국의 구글은 올해 초 우수 AI 인재 영입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구글 중국 AI 센터'를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반대로 중국의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은 미국에서 열리는 AI 학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구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와 다니엘 리 펜실베니아대 교수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과 LG전자, KT 등도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로봇과 AI 관련 인재 부족 현상은 고급 인력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는 물론 관련 프로그램이나 기기를 다루는 인력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 실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로보틱스와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에서는 오히려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높은 수준의 로보틱스 전문가와 함께 로봇 오퍼레이터도 필요하다"가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정책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피 직종에서 '인력난 해소'로 활용
구인난으로 인해 로봇 도입이 절실한 분야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에서는 인간의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만 거론되곤 하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의 간호·요양 로봇이 꼽힌다. 일본의 경우 간호업 분야가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가 나서서 관련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페퍼' 역시 간호 보조 업무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바 있다.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빠른 고령화로 타격을 받은 일본이나 멕시코 이민자 제한 정책 등으로 일손이 줄어든 미국의 경우 농업용 로봇 도입이 활발한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랙티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0억달러였던 농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74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전투 로봇이나 안전점검 로봇, 수색·구조 로봇 등도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투 로봇의 경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안전점검이나 수색·구조 로봇의 경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실장은 이와 관련 "로봇시장 육성 정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성격의 일자리가 없는지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도입에 나선다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면서 로봇 도입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반감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