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LG화학 입장에선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원료비는 늘어나는데 제품 판매가격은 충분히 올리지 못해 1년 전에 비해 영업이익이 약 1900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워치가 16일 집계한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케미칼 등 국내 4대 화학사의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총 1조8289억원이다. 전기 대비 22.5%, 전년 동기 대비 26.1% 각각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해 실적이 좋아진 업체는 4개사 가운데 금호석유화학 한 곳에 그쳤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고유가로 지난해 9월 톤당 평균 509달러에서 올해 9월 690달러로 35.6%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비용이 화학제품 중간재 판매 가격에 충분히 전이되지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본 중국이 완제품 생산을 줄여 수출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2분기 연속 1위를 차지한 LG화학은 라이벌 롯데케미칼과의 격차를 늘렸다. 두 회사간 격차는 올해 2분기 20억원에서 3분기 988억원으로 벌어졌다.
다만 LG화학의 실적은 신통치 못했다. 매출은 7조2349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024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23.7% 감소했다.
회사의 본업인 기초소재부문 영업이익이 5477억원으로 작년 3분기와 비교해 27.5% 감소했기 때문이다. 원가 상승과 수요 부진이 겹쳤다. 전지부문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LG화학의 전지부문은 매출 1조7043억원, 영업이익 84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보다 사정이 더 나빴다. 매출은 4조2476억원으로 4분기 연속 4조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03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662억원을 정점으로 매분기 미끄러졌다.
LG화학과 달리 화학부문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에 롯데케미칼이 받은 타격이 컸다. 주력인 올레핀부문 영업이익이 3119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8% 떨어졌고 주요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타이탄, 롯데첨단소재도 실적이 부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6년여만에 최대 영업이익(1658억원)을 달성한 이후 꾸준했다. 매출은 1조4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올랐고 영업이익은 1510억원으로 작년 3분기에 견줘 161.4% 증가했다.
비스페놀에이(BPA) 생산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IT기기, 핸드폰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 중국 수요가 늘어 중간 원료인 BPA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금호석유화학에 밀렸다. 매출은 2조3119억원으로 1년 전과 비슷했다. 영업이익은 843억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반토막이 나며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다.
합성고무 등에 쓰이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등 주요 제품의 수익성이 나빠졌고 중국 정부의 태양광 산업 규제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오는 4분기에도 주요 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