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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잘 키운 자회사로부터 돈 받는 '유상감자'

  • 2020.08.28(금) 09:00

금호석유화학 완전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 유상감자 실시
147만6000주 소각으로 현금 524억원 금호석유화학 주머니로

아세톤, 페놀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금호피앤비(P&B)화학이 지난 20일 '감자결정'이라는 제목의 공시를 냈어요. 참고로 먹는 감자, 포테이토 아니고요!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감자(減資)란 '주식을 소각해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것'을 말해요. 자본금은 전체 발행주식수에 액면가를 곱한 금액인데 주식수를 줄이면 그만큼 자본금도 줄어들겠죠. 금호피앤비화학은 갑자기 왜 감자를 하기로 결정했을까요.

금호피앤비화학 820일 감자결정

# 무상감자 대가'X', 유상감자 대가'O'

먼저 감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짚어보죠. 조금 어렵지만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해요. 앞서 감자란 기업이 주식을 태워버리는 것(소각)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감자를 하는 이유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서예요.

㈜줍줍이 코로나19로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져 재무구조가 악화(결손금 발생)했어요. 결손금은 회사가 열심히 모아둔 잉여금을 갉아먹는 놈! 기업의 사업 밑천인 자본(자본총계)은 자본금+잉여금(=나머지 자본 또는 남는 자본이란 뜻)으로 이루어지는데 결손금이 발생하면 잉여금을 갉아먹어요. 회사에 잉여금이 무지 많다면 당장 문제없지만 계속해서 결손이 발생하면 잉여금을 모두 갉아먹고 마이너스(-)가 되요. 그럼 자본(자본총계)이 자본금보다 더 적은 상황, 즉 자본잠식이 발생한답니다.

자본잠식 상태인 ㈜줍줍(액면가 5000원, 총발행주식 1000주)은 10대1 무상감자를 결정해요. 기존 10주를 1주로 줄이고 9주는 태워버리기로한 것. ㈜줍줍의 주식 10주를 들고 있는 A의 주식수도 1주가 돼요. 하지만 A의 주식가치는 이론적으로는 변함이 없어요. 감자비율(10대 1감자, 90%)만큼 기준주가가 올라가기 때문.

그러나 ㈜줍줍의 자본 구성에는 변화가 생겨요. 앞서 자본금은 전체발행주식수 곱하기 액면가라고 했죠. ㈜줍줍의 기존 자본금은 500만원(액면가 5000원*총발행주식 1000주)이었어요. 그러나 10대1 무상감자로 발행주식수가 1000주에서 100주로 줄었으니깐 자본금도 450만원(액면가 5000*소각하는 900주)이 줄어들어 50만원이 돼요.

줄어드는 자본금 액수를 회계용어로 감자차익이라고 해요. 주식을 소각하는데 대가를 지급하진 않으니깐 회사입장에선 차익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죠. 이 감자차익은 기업이 사업활동(손익거래)으로 벌어들인게 아닌 주식활동(자본거래)으로 벌어들인 것이어서 자본잉여금 항목으로 들어가요. 어찌됐던 잉여금이 늘어난 것. 종합하면 자본금은 크게 줄어들고 잉여금, 즉 남는 자본은 크게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자본잠식에서 탈출 성공!

무상감자: 주식을 소각할 때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 주주들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얻은 감자차익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할 수 있음

반면 금호피앤비화학의 사례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감자가 아니에요. 투자회수 목적의 유상감자랍니다. 무상유상의 차이는 말 그대로 감자로 주식을 소각하면서 주주들에게 돈을 주느냐 안주느냐의 차이. 주주입장에선 굉장히 큰 차이이죠.

유상감자: 회사가 감자 대상 주식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 감자로 소각하는 주식가치 만큼 주주들에게 보상해야 함. 보상하는 금액만큼 해당 기업의 자본과 자산이 줄어듦

무상감자는 주식을 무상으로 소각해서 얻은 감자차익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반면, 유상감자는 소각하는 주식만큼 주주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에요. 돈을 써야하는 것인만큼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회사는 유상감자는 실시하기 어렵겠죠.

# 자회사가 준 현금 524억원 손에 쥔 금호석유화학

금호피앤비화학은 전체 발행주식 2247만6000주 중 147만6000주를 소각하는 유상감자를 결정했어요. 유상감자 이후 금호피앤비화학의 전체 발행주식은 2100만주(2247만6000주-147만6000주)가 되죠. 감자비율, 즉 줄어드는 주식의 비율은 6.567%. 1주의 가치가 1.06457주 가치와 동일해지는 거죠. 당연히 기존 주주들에겐 손해!

금호피앤비화학의 주주는 단 한명. 금호석유화학이 금호피앤비화학의 지분 100%를 갖고 있어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죠.

모회사가 가진 주식을 그냥 소각하기 뭐했던 금호피앤비화학은 감자결정 공시한 20일 모회사 금호석유화학이 들고 있는 주식 중 유상감자로 소각할 분량인 147만6000주를 주당 3만5510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했어요. 총 매입금액은 524억1300만원. 당연히 금호피앤비화학이 보유한 돈을 털어서 사겠죠. 이렇게 취득한 주식 147만6000주는 즉시 소각!

금호피앤비화학 820일 특수관계인으로부터의주식의취득

물론 이 돈은 고스란히 금호석유화학 손에 들어가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8년까진 금호피앤비화학 지분 78.2%를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2018년 4월 2대주주 일본 신닛테츠스미킨화학의 지분(21.8%)를 299억원에 사들여 소각하면서 지분율 100%를 확보해 단독 경영에 나섰어요. .

이번 유상감자로 금호석유화학은 당시 지분매입에 사용했던 금액 이상을 회수한 셈이죠. 또한 524억원이란 돈은 올해 상반기(1월~6월) 금호석유화학이 자체사업으로 벌어들인 순이익(584억원, 별도재무제표 기준)과도 맞먹는 금액이니깐, 잘 키워서 유지한 자회사가 쏠쏠한 이득을 안겨둔 셈이죠.

참고로 금호석유화학이 들고 있는 금호피앤비화학의 주식수가 줄긴 하지만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답니다. 유상감자 이후에도 금호석유화학이 여전히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 다만 유상감자를 실시한 금호피앤비화학은 524억원이란 돈이 모회사로 빠져나가면서 자본과 자산 모두 그만큼 줄어든답니다.

# 유상감자우리에겐 뼈아픈 론스타 사건

금호석유화학의 사례를 보면 유상감자가 주주에게 좋은 제도로 보이는데요. 사실 우리에겐 유상감자에 대한 뼈아픈 추억도 있답니다. 바로 먹튀 사건으로 유명한 론스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극동건설을 인수했는데요. 이후 배당,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해요. 이를 통해 수 천 억원의 자금을 가져갔죠. 하지만 2007년 웅진그룹에 극동건설을 6600억원 받고 팔아버려요.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인수했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불황으로 결국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죠. 사모펀드가 배당, 유상감자로 영양가는 다 취하고 남은 뼈만 국내기업에 안겨준 사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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