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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드러낸 SK의 '우산장수 부채장수'

  • 2021.08.18(수) 16:48

[워치전망대]
하이닉스·이노베이션 영업익 비중 80% 넘어
코로나 수요에 화학·바이오 '쾌속성장'
SK가스·워커힐은 깊은 '코로나 블루'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2분기에 전년보다 90% 넘게 수익성이 개선된 실적을 합작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가 견실한 실적을 내놓고, SK이노베이션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에서 벗어나 그룹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이들의 영업이익이 주요 계열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

다른 계열사들은 코로나19에 엇갈린 모습이 두드러졌다. 위생용 화학제품을 파는 SKC와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둔 SK케미칼은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반면 SK가스는 코로나19로 택시 이용객이 줄며 LPG(액화석유가스) 판매가 부진해 실적이 악화했고,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호텔은 작년 1분기부터 쌓인 적자가 600억원을 넘었다.

코로나19가 SK그룹 계열사들을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로 만든 모양새다. 비가 오니 우산 장수 자식이 돈을 벌고, 부채 장수 자식은 파리를 날린 셈이다. 날이 쨍쨍해지면 반대 상황이 될지도 지켜볼 만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prtsy201@

하이닉스·이노베이션의 '저력'

18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SK그룹 주요 계열사 8곳(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SK텔레콤·SK네트웍스·SK가스·SKC·SK케미칼·SK머티리얼즈)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총 3조9580억원이었다. 전년 2조581억원에서 92.3% 증가했고, 직전 분기 2조4966억원과 비교해도 조 단위로 이익을 키워냈다.

실적 개선을 이끈 두 축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다. 이들의 영업이익은 3조2015억원으로 8개 계열사 전체의 81%에 달한다. 이 비중은 전년 72.4%(1조4907억원)에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전년 -4563억원 적자에서 올해 5065억원 흑자로 돌아서 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전년 1조9470억원에서 38%가량 증가한 2조69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 혼자서만 8개 계열사 영업이익의 68.1%를 채웠다.

반도체·배터리, 앞으로도 괜찮나

반도체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는 3년 전 메모리 '슈퍼 사이클(초호황기)' 시절에 견줄만한 호실적을 내놨다. 매출액은 3년 만에 10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10개 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증가한 비대면 수요 영향으로 개인용컴퓨터(PC)와 그래픽, 소비자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했고,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증설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크게 늘어나면서다. 

세계적으로 공급이 증가했고 수요는 점차 잠잠해질 것이란 점에서 반도체 시장이 고점을 향하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실적도 개선될 것을 자신했다. 계절적 성수기에 따라 메모리 시장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낸드 플래시 신제품 출시 효과도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주력 석유(정유)사업이 전년 -4329억원에서 2331억원 흑자로 전환하고,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374억원에서 505%나 증가한 2265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내놨다. 신사업으로 키우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도 쑥쑥 크고 있다. 2019년 2분기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1459억원이었는데, 올 2분기는 6302억원에 달했다. 무려 332% 커진 것이다. 회사는 올 10월 이 사업을 물적분할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은 '알짜가 빠진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회사는 미래 성장영역을 지속 발굴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김철중 SKI 전략본부장은 "기존 포트폴리오 밸류(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발굴해 기업가치를 제고, 투자자들이 존속법인에 투자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prtsy201@

사상최대 실적 올린 곳 '나야 나'

SK그룹에 하이닉스와 이노베이션만 있는 게 아니다. SKC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무려 169.5% 증가한 1350억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작성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194억원으로 전년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버렸다.

화학사업 합작사 SK피아이씨글로벌이 영업이익 93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전년대비 무려 316%나 증가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PG(프로필렌글리콜)가 제약·위생·화장품 등에 널리 쓰이면서다. 3분기도 견조한 전방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SK케미칼 영업이익은 861억원으로 전년보다 388%나 치솟았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Novavax)의 코로나19 백신 4000만 도즈 생산을 올 4월부터 시작하면서다.

이에 따라 바이오사이언스 매출액은 1446억원, 영업이익은 662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31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회사는 백신 매출액이 더욱 확대되면서 하반기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도 코로나19로 전방산업이 호조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이 회사 영업이익은 681억원으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고, 매출액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2801억원.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회사 관계자는 "전방산업 호조가 지속돼 특수가스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언제 끝나나?'…우울한 계열사도

부진한 계열사들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경우다. SK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전년보다 13.8% 감소했다. 단말기 판매 실적 감소로 정보통신 사업이 부진했고, SK매직의 광고비 집행이 늘어나며 이익이 쪼그라든 결과다.

특히 정보통신 사업의 2분기 매출액은 1조371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2조5418억원의 40%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82억원. 이마저도 전년보다 51%나 감소했다. 스마트폰 신작 부재란 계절성 요인도 있으나,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매장 방문 등 오프라인 활동이 크게 감소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워커힐 호텔 사업 또한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로써 작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누적된 적자만 654억원에 달했다. 회사는 정보통신 부문의 경우 하반기 스마트폰 신작 출시를 기회로 삼아 실적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각종 렌털 사업도 견조한 흐름을 기대했다. 

SK가스의 영업이익은 446억원으로 전년보다 20% 감소했다. LPG 국제가격 상승으로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심화에 따른 택시 이용률 감소로 수송용 판매가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 SK가스는 정보기술(IT) 기반으로 LPG 유통 효율성을 높이고 LPG 충전소 자산을 기반으로 수소 충전소 구축에 나서며 실적을 개선시킨다는 복안이다. 또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스타리아 LPG 모델 출시 등 관련 시장 성장에 따른 기회도 모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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