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수칙이 전면 해제되며 엔데믹이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그 중심에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도 일상 복귀와 함께 완전히 달라진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이들의 새로운 변화와 전망을 주요 이슈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시대를 맞아 '중화항체' 진단키트 시장이 새롭게 열릴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항체 양성률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의 생성 여부를 판단하는 체외진단기기다.
반면 중화항체 진단키트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중화항체 형성이 감염을 예방하는지 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화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하는 게 오히려 방역 정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중화항체 검사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만명 항체 조사 시작될까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건당국의 중화항체 진단키트 승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인수위원회와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표본조사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의 검체를 채취해 백신 접종이나 감염 후 항체가 생긴 사람의 비율을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항체를 보유한 사람의 비율이 적을 경우 백신 4차 접종을 위한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중화항체는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투했을 때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거나 감염 후 완치되면 일반적으로 중화항체가 생긴다.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소량의 혈액을 채취한 뒤 혈액 내 중화항체의 활성도를 확인한다. 몸속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판별하는 유전자증폭(PCR)이나 신속항원검사와 달리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면역체계를 검사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는 20개다. 그러나 이들 진단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에 달라붙는 모든 항체인 '결합항체'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결합항체의 경우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과거 코로나19 감염 이력을 알 수 있을 뿐 면역력을 확인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 생성 여부만이 면역력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라고 보고 있다.
아직 식약처 허가를 받은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한 개도 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4개 제품이 중화항체 진단키트로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모두 전문가용 제품이다. 바디텍메드, 에스디바이오센서, 수젠텍, EDGC, 미코바이오메드 등의 국내 기업이 중화항체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항체 있어도 감염" 실효성은?
중화항체 진단키트의 실효성 논란도 있다. 중화항체 생성 여부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식약처 역시 "아직 코로나19 항체 생성 정도와 면역력의 상관관계 등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라면서 "개인의 면역력이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확인을 위한 항체 검사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면역력은 항체에 의한 체액성 면역 외에도 세포가 직접 작용해 나타나는 세포성 면역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중화항체만으로 면역력을 온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데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6~8개월 정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감염 후 완치돼 항체가 형성된 상태에서 재감염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화항체 조사가 오히려 백신 접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차 백신 접종을 계획 중인 정부의 의도와 달리 중화항체를 보유한 비율이 더 높게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중화항체 보유 비율이 낮게 나오면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중화항체 진단키트를 다시 개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향후 중화항체 진단키트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속해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중화항체 검사를 통해 쌓인 데이터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향후 예측과 대응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현재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거나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 또 감염될 수 있다"며 "다만 중화항체 생성률을 통해 환자의 사망률이나 중증으로 진행되는 정도를 예측할 수 있고, 국민의 백신 접종 계획도 이에 맞춰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초 데이터를 쌓는 차원에서 항체 생성률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