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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법 복잡한 배터리업계 '가장 큰 문제는 흑연'

  • 2022.08.27(토) 12:00

美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 고심
'중국산' 소재 기준 해석에 관심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제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덕에 미국에서 중국 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지만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면서 새로운 소재 공급망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 안았다.

관건은 IRA가 명시한 '중국산'의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중국산이 핵심 광물 생산국인지 제련국인지에 따라 문제의 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IRA로 커진 '탈중국 경보음'

최근 제정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보조금 조건은 두 가지다. 내년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배터리 소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40% 이상 수급하면 절반의 보조금(3750달러, 약 500만원)을 지급한다. 2027년엔 이 비율이 80%까지 올라간다. 또 다른 조건은 '배터리 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 등)의 50% 이상' 북미 생산'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이나 BYD 등 높은 점유율을 가진 중국 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어 호재인 측면도 있지만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따라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대부분의 소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수입의 84%가 중국산이다. 중국산 코발트도 81%가 넘는다.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흑연도 중국 수입 비율이 89.6%에 달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핵심 광물들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하는 것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는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국내에서도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 수입의존도가 83.2%에 달해 수입선 다변화 및 대체 생산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소재의 중국 집중화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다. 중국·호주·칠레 등 3개국이 전 세계 리튬 생산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가 리튬 공급망 확보를 위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2만5000톤 규모(전기차 60만대 분)의 아르헨티나 리튬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실제 물량 확보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제련지? 기준 혼동

배터리 업계는 IRA의 세부 내용을 발표할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주요 광물 생산지를 기준으로 할지, 제련 국가를 기준으로 할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리튬 57.6%, 니켈 35.3%, 코발트 64.6%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절반 이상을 제련하고 있다. 하지만 제련만 중국에서 할 뿐 대부분의 광물을 호주, 인도네시아, 콩고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광물은 전 세계 생산량 중 리튬 14.1%, 니켈 4.1%, 코발트 2.9%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배터리 소재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건 맞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직접 생산되는 광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생산지를 기준으로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련을 기준으로 한다면 적극적인 대비책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호주에서 생산된 리튬을 중국에서 제련하면 호주산으로 볼 것인지 중국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생산과 제련 모두 중국에서 이뤄지는 흑연의 공급처 다변화는 쉽지 않다. 지난해 전 세계 80% 이상의 흑연을 중국에서 생산했다. 중국의 흑연 제련 작업 비율도 70%에 달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흑연이 가장 큰 문젠데, 대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며 "중국업체보다 경제성이 낮을 순 있어도 흑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도 있고, 실리콘이라던지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인조흑연의 국산화 기술개발과 함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신축에 26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현재 1단계 완공된 상태로, 연 8000톤 규모의 인조흑연 설비를 확보했다. 향후 1만6000톤 수준까지 국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련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생산지보다도 여러 과정을 거치는 핵심 광물 제련을 어떤 과정까지를 중국산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법안이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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