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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2023]폭풍성장 배터리 걸림돌은…

  • 2022.12.15(목) 17:04

내년에도 성장세 지속 전망
전기차 수요감소 우려 있어

내년에도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끝을 알 수 없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감을 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방어막을 쌓아올리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의 내년 성적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배터리 업계는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내년 전망이 밝은 편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내년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도 호조 요인이다.

다만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광물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탓에 IRA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또 유럽 내 전기료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 부정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군계일학' 배터리

산업연구원은 '2023 경제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배터리 수출은 올해보다 17.3% 늘어난 121억5000만달러(약 15조801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다수 산업의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배터리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내년 배터리 산업 전망이 밝은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누적 전 세계 전기차·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은 약 770만대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650만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시장의 호조는 배터리 업계 성장으로 이어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전세계 누적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390.4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대비 7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업체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도 96.7GWh로 지난해보다 73% 늘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내년부터 시행되는 IRA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IRA는 전기차 한대당 최대 7500달러(약 976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하고, 핵심 부품의 일정 비율을 북미 내에서 제조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FTA 체결이 돼 있지 않은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IRA 요건 충족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에게는 긍정적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 대신 IRA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배터리 관련 규정은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 확대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미국 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강화로 인해 중국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걸림돌은

다만 IRA가 무조건 호재인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핵심 광물의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탓에 IRA 조건을 충족을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부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발표한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의 공금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이 미국 및 미국의 FTA 체결국으로부터 핵심광물을 수입하는 비중은 평균 15%였다. IRA 보조금 요건인 4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광물별로 살펴보면 산화·수산화코발트(0.03%), 황산망간·코발트(2.6%), 산화·수산화리튬(15.2%)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대다수가 IRA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업체들은 호주, 캐나다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있지만, IRA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더 적극적인 광물 공급망 다변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세계 각국이 첨단산업과 핵심자원을 경제안보 이슈로 다루고 있는 상황은 핵심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큰 위협"이라며 "중국 등 다른 경쟁국들은 광물 부존량과 조달상황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어 상대적으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 내 전기료가 상승세에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재 유럽의 전기차 충전소는 충전소 운영사가 전기를 구매해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전력도매가격이 오른 만큼 전기차 충전에 드는 비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년까지 전쟁이 지속될 경우 전력 수급에 차질이 커져 전기료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 전기요금 상승으로 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소"라고 밝혔다.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테슬라가 생산량을 줄인 점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에 불을 지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는 수요 부진으로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 감산 규모는 20%가량이다. 또 상하이공장 직원들의 하루 교대 근무 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 줄이고, 신규 채용 인원의 배치를 내년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에서 시작된 전기차 생산량 감소가 다른 완성차 업체로 이어질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수요 부진 우려가 국내 배터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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