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꽃은 신약 개발이다. 신약 개발에는 10여년의 기간과 1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성공률은 약 7%에 불과해 웬만한 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운 모험으로 꼽힌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작게는 기업의 미래부터 크게는 인류의 삶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도 오랜 기간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 결과 최근 2년 연속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센터 센터장을 만나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성공 노하우와 향후 신약 개발 방향 등을 들어봤다.
'펙수클루·엔블로' 국산 신약 잇따라 허가
박 센터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후 1996년 신약연구원으로 입사해 27년 동안 신약 연구에만 매달려온 인물이다. 그는 과제책임자(PL)와 신약탐색팀장을 거쳐 2018년부터 신약센터를 이끌어오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 속에서도 2021년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2022년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등 2개 국산 신약을 연이어 탄생시켰다.
펙수클루는 지난 2008년부터 13년간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해 2021년 12월 허가 받은 국산 신약 34호다. 박 센터장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수행한 결과 펙수클루는 기존 약물인 에소메프라졸(Esomeprazole) 대비 중증 환자에서 높은 치료 효능과 기침 증상 개선을 확인했다"며 "지난해에는 동일 계열 약물 중 유일하게 급∙만성 위염에 대해서도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펙수클루는 지난해 7월 국내 출시 이후 4개월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미국, 중국 등 전세계 15개국에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한창이다. 올해는 총 20개국 이상에서 허가를 획득해 40조원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회사 목표다.
엔블로는 지난 2016년 녹십자로부터 전임상 초기단계의 후보물질을 기술이전 받아 대웅제약이 개발한 국산 신약 36호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엔블로를 승인받았다. 박 센터장은 "엔블로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SGLT-2 억제제로 기존 제품 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보였다"며 "올해 상반기에 국내 출시할 예정이고 중국에서도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엔블로는 당뇨병뿐만 아니라 심장, 신장 외 비만, 안질환 등 10가지 이상의 후속 적응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지난달 멕시코, 브라질에 1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가에 수출을 추진 중이다.
3박자가 맞았다…조직·연구역량·경영진
대웅제약이 이처럼 국산 신약 개발에 연이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박 센터장은 △탄탄한 연구조직 △연구 역량 △경영진 마인드 등을 꼽았다.
박 센터장은 "연구원이 여러 과제를 수행하던 걸 2018년부터 하나의 신약과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재편하고 신약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을 한 팀으로 구성한 '익스트림팀'을 꾸렸다"면서 "연구원들이 과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서 신약 개발 몰입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또 "우리 연구원들은 회사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학습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실행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원들이 각자의 학습과 함께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영진의 신약 개발에 대한 믿음과 소신도 신약 개발 성공을 이끈 요인으로 꼽았다. 펙수클루 개발은 13년, 엔블로 개발은 비임상부터 허가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박 센터장은 "연구원은 최선을 다해 성과를 도출하고 경영진은 연구진을 믿고 투자를 지속해왔다"면서 "그 결과 연구원들이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집중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30년 신약매출 30% 목표"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성과는 앞으로가 더욱 주목된다. 현재 케미컬, 항체, 단백질, 줄기세포 등 전임상 이상 개발단계에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만 총 25건에 달한다. 자가면역, 암, 대사, 섬유증, 피부질환 등 연구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도 15건이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차세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꼽는 '베르시포로신(DWN12088)'은 지난 1월 중국에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다.
박 센터장은 "올해부터 매년 전임상 후보물질 1개 이상을 도출하고 2025년부터는 기술수출과 발매 제품을 매년 1개씩 낼 것"이라며 "지금은 대웅제약이 전문의약품 영업 기반 회사지만 2030년이 되면 신약 매출이 전체의 30% 이상 차지하는 신약 기반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대웅제약은 공격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웅제약의 오픈콜라보레이션 전략은 크게 △현지화와 기술 기반의 제휴 △공동 R&D 모델 △전략적 투자를 통한 상호 성장 △스핀아웃·VRDO(가상신약개발연구, Virtual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 등 네 가지다.
회사는 지난 2020년 영국 아박타와 조인트벤처 '아피셀테라퓨틱스'를 설립해 기존 항체 기반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같은해 9월에는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웅제약 내 '이온채널신약팀'을 스핀아웃(Spin-out)해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해 호주에서 비마약성 진통제 'iN1011-N17'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글로벌 오픈콜라보레이션으로 미국 바이오기업인 'XtalPi'(크리스탈파이), 'A2A 파마'(A2A Pharmaceuticals)와도 항암 신약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오픈 콜라보레이션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투자자(SI)로서 피투자회사와 전략적 동반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추구한다"면서 "국내외 바이오텍과 병원, 학교를 아우르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고의 R&D 생태계를 구축해 자가면역, 암, 대사∙섬유증 질환 분야에서 '글로벌 톱20'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