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4년 만에 1조원에 못 미치는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다. 갤럭시S23 흥행에 힘입어 적자 전환은 방어했지만, 역대급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도체 사업의 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파가 길어지자 이날 삼성전자는 결국 반도체 감산을 공식 인정했다.
14년 만에 영업익 1조원 밑으로
7일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이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95.8%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1조원 이하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5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도 하회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을 64조2012억원, 영업이익을 1조1억원으로 예상했다.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의 부진을 메운 것은 스마트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IT 수요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하며 전사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는 수요 감소와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경기 부진 및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올 초 출시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3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매출을 끌어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전일 갤럭시S23의 전 세계 판매량이 전작 대비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 실적 악화가 1분기 전사 이익 감소의 요인"이라며 "파운드리 사업부도 적자 전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업황 둔화에도 삼성전자는 투자 축소 및 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 이익 둔화 폭이 경쟁사를 상회했다"며 "이에 비해 갤럭시S23 출하가 1100만대를 돌파해 MX사업부 이익은 업황 대비 호조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위적 감산 돌입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반도체 감산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메모리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하에 메모리 생산량 조정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간 강력히 고수해오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는바,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생산은 줄이더라도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면서 전 세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부진한 상태에서 공급이 줄면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가능해져 업황 반등이 빨라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부진했던 주가도 반등이 기대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축소 및 감산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주가는 향후 업황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잠정 실적은 투자자 편의를 위해 공개하는 추정치다.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확정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