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잠수함 기술이 수차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우조선을 관리했던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부각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난해 대우조선을 인수한 것으로 보이는 한화오션의 경우 보안 강화 등의 부담을 안게 됐다.
대우조선 퇴직자, 기술 유출로 재판에 회부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퇴직자 5명이 2019년 재직 당시 장보고-Ⅲ 잠수함에 활용된 유럽 A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기소된 5인은 현재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대외무역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국가정보원(국정원), 경남경찰청, 창원지방검찰청 공조로 덜미를 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잠수함 도면 등 방산 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알졌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된 기술은 유럽 방산업체 A사 소유의 장보고-Ⅲ(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에 활용됐다. 장보고-Ⅲ는 해군의 핵심 비재칭 전력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영할 수 있는 수직발사체계(VLS)를 갖춘 최신예 잠수함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 외에도 보안 사고는 또 있었다. 2016년부터 5년 동안 세 번의 해킹사고가 발생한 전력이 있고 같은 해 기무사로부터 군사기밀 관련 보안 사고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NAS(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 서버에서 다운로드한 자료가 업무용 개인 PC에 다량 보유돼 있는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4명에 대한 중징계 처분 요구와 함께 1년간 보안 감점 1.5점 처분을 받았다.
한화오션에 부담…산업은행 관리 소홀 책임론
대우조선의 기술 유출로 산업은행의 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20여 년간 산업은행 관리됐고 수차례 매각이 무산되다 지난해 한화오션에 인수됐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매각 과정에서 한화에게 이미 일어난 보안 사고를 성실하게 공지했는지와 그 가능성에 대해 밝혔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경쟁사와 기밀 유출 관련 이슈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화오션으로서는 내부 보안에 이미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부담이 커진 셈이다.
보안에 관해 자신감을 보여왔던 한화오션은 비공개 재판에서 기술 유출 피해 사실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매각 과정에서 한화 측에 보안 사고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는지 의문"이라며 "20여 년간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되면서 매각을 서두르는데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화가 인수 전 대우조선해양 보안 사고에 대해 인지했다면 인수에 나섰을지 의문"이라며 "인수자 입장에선 피해자일 수 있고 최근 한화오션이 법무팀을 대거 강화한 이유 중 하나가 보안 이슈에 대해 앞으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산은의 매각 과정에 대해 명확히 알기 어렵지만 인수자에게 인수 후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성실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