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역대 2분기 중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호실적의 주역은 전통 강자인 '생활가전' 사업과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전장(자동차 전자·전기부품)' 사업이다. LG전자는 균형 잡힌 성장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미래 사업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생각이다.
전통·미래 사업 조화가 호실적
LG전자가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1조6944억원, 영업이익 1조196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역대 2분기 최대치다. 매출은 전년 대비 8.5%, 영업이익은 61.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5.5%를 기록해 전년 대비 1.8%포인트 늘었다.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창태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에도 생활가전, TV, IT 등 주력 사업과 웹OS 플랫폼 등 신규 사업의 질적 성장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 대비 성장했다"며 "영업이익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등 일부 부품 가격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은 B2B 사업 매출 비중 확대와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실적은 주력 사업에 해당하는 생활가전과 미래 성장의 한 축인 전장 사업이 힘을 합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생활가전을 맡은 H&A사업본부와 전장 사업을 맡은 VS사업본부 2분기 매출의 합은 11조5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늘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기여도가 높았다. H&A사업본부와 VS사업본부 모두 역대 2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두 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7% 증가한 총 7761억원을 기록했했다.
LG전자는 "이런 성과가 주력사업과 미래 사업의 균형 잡힌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견조한 수익성까지 확보해 수익성 기반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독 호황에 올림픽 효과까지
사업본부별로 보면 H&A 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한 8조8429억원이었다. 매출은 전 분기를 통틀어 최대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944억원으로 16.3% 늘었다. 이는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다.
중남미, 중동·아프리카와 같은 신흥시장 수요 확대에 맞춰 라인업과 가격대를 다변화하는 등 시장 양극화에 대응하는 볼륨존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구독, 온라인 등 신규 사업 영역의 성과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특히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의 경우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구독 매출은 1조원을 넘겼으며 올 들어 성장세가 더 빨라졌다. 지난달 LG베스트샵에서 판매된 주요 가전제품 구독 비중은 36.2%에 달한다.
VS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2조69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1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를 통틀어 최대,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최대치다.
매출은 일시적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영향에도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소폭 성장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연구개발, 선행 투자 비용 부담에도 프로젝트 믹스 개선 등 비용 구조 안정화 노력을 통해 수익성 확보를 지속했다는 설명이다.
TV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3조61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성장했다. '올림픽 효과'로 올레드(OLED) TV의 주요 시장인 유럽 지역에서 수요가 살아난 덕분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LCD 패널 가격 등 원가 상승 요인으로 전년 대비 23.3% 감소했다.
BS사업본부의 경우 LED 사이니지, 전자칠판, 게이밍모니터 등 전략 제품의 매출 확대로 2분기 매출 1조4644억원을 시현했다.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하지만 원가 상승과 투자 비용 증가에 따라 수익성은 떨어져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체질 개선은 계속된다
LG전자는 하반기에도 미래 지향적 사업구조로의 체질개선과 사업방식 변화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업의 잠재력 극대화와 새로운 성장기회 확보 차원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사업의 조기 전력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LG전자가 미래 지향적 사업구조 구축을 위해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B2B(기업간 거래) 사업이다. 박원재 LG전자 IR담당은 "올해 회사 매출 규모를 100조원 수준까지 늘리고 이중 B2B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올 상반기 현재 B2B 사업 매출 비중은 35% 수준"이라며 "기존 목표를 초과하는 성과하는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B2B 사업은 전장이다. LG전자는 현재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상황이지만,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와 그간 확보해 온 수주 물량이 있어서다. LG전자는 VS본부의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한 자릿수 후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용 LG전자 VS경영관리담당은 "지속적인 신규 프로젝트 추가 수주를 통해 시장 대비 고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수주 받은 신규 프로그램 출시에 따라 매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개인간거래(B2C) 사업에서는 제품(HW) 판매 위주 기존 사업모델에 콘텐츠·서비스, 구독 등 무형(Non-HW) 영역을 결합하는 새로운 사업방식 도입을 가속화한다. 일반적인 제품 판매 대비 수익성이 높은 웹OS 콘텐츠·서비스의 경우 사업의 범위를 TV에서 IT,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확대한다.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을 넘어 유럽, 중남미, 아시아로도 사업영역을 넓힌다.
이정희 HE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웹OS는 지난 수년간 고속 성장을 기반으로 올해는 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며 "상반기 기준 목표 매출을 초과 달성했고, 적극적인 투자에도 수익성 또한 내부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현재 순조롭게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규모 및 매력도가 상승하면서 경쟁 강도도 증가하고 있어 고품질 콘텐츠 제공 등 기본적인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외부 판매를 통한 얼라이언스를 확대하는 등 사업 생태계 전반의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독 사업도 성장성이 높다고 보고 국내에서 해외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말레이시아에 이어 대만, 태국, 인도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대만의 경우 이달부터 일부 채널을 통해 구독 사업을 시작했다. 구매 고객 분석과 영역별 시스템, 점검을 통해 오는 10월 본격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김이권 LG전자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현재 국내 구독 매출 비중은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쟁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연내 태국, 인도 시장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확대를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