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인도에 쇳물부터 철강까지 만드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의 합작을 통해서다. 일관제철소는 연간 500만톤 규모로, 후보지로 인도의 오디샤(Odisha) 주(州)가 꼽혔다.
오디샤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꿈을 꿨지만, 결과는 악몽에 가까웠다.
포스코가 오디샤에 처음 눈독을 들인 것은 2004년이다. 그해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양국은 포스코가 제안한 오디샤 철강사업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합의했다.
2005년 6월 포스코는 오디샤 주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우선 연 30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2010년까지 건설하고, 향후 생산규모를 120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1단계 투자비는 30억 달러로, 생산규모가 1200만톤까지 확대되면 120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한 달 뒤 포스코는 자본금 538억원을 투자해 인도법인(POSCO-India Private Limited)을 설립했다.
포스코의 부푼 꿈이 깨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디샤 프로젝트는 광산 개발권, 환경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혔다.
MOU에 따라 포스코는 주정부로부터 4004에이커(1620만3613 m2) 부지를 제공받기로 했다. 이 부지는 주 정부가 3566에이커(89%)를, 나머지 438에이커(11%)를 개인이 갖고 있었다. 개인이 소유한 부지의 거주민 이주 과정에서 '생계가 파괴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프로젝트에 반대한 폭탄 테러로 3명이 사망했다.
MOU에는 오디샤 주가 포스코에 전용 광산을 제공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이 지역의 현지업체가 우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광산 문제도 꼬였다. 제철소 개발로 인근 삼림 지역의 환경 파괴 목소리도 나왔다.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포스코는 사업부지를 2700에이커로 줄여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추진되지 못했다. 2017년 포스코가 일부 확보한 부지도 반환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실상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포스코는 2005년 538억원을 투자한 뒤 2007년 55억원, 2008년 53억원, 2009년 577억원, 2011년 763억원 등을 오디샤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2022년 말 기준 총 투자금은 1866억원에 이른다.
2022년 포스코가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인도법인(POSCO-India Private Limited)은 사업회사인 포스코로 이전됐다. 당시 이전 가격은 756억원이었다. 1866억원 투자된 회사가 756억원에 팔린 셈으로, 1110억원의 기업가치가 사라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2005년에 추진했던 오디샤 사업에선 완전히 손을 뗐고, 부지도 매각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업은 2005년과 완전 별개 사업으로 우선적으로 오디샤를 검토한 것일 뿐, 향후 지역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여전히 포스코는 인도법인(POSCO-India Private Limited)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상황으로, 2005년 오디샤 프로젝트가 재개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